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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제친 티빙” 정말 ‘부부의세계’ 덕분일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토종 플랫폼인 웨이브와 티빙의 2위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지난달 월간 통합 순이용자 수 성적이 나오며 희비가 갈렸다. 줄곧 앞서던 웨이브를 티빙이 앞지른 것.

23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웨이브는 올해 5월 기준 통합 순이용자 수 419만8028명을 기록했다. 티빙은 423만7608명으로 웨이브를 소폭 앞선 성과를 냈다. 물론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799만1683명으로 압도적인 1등을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주력채널인 CJ ENM·JTBC에서 ‘슬기로운의사생활’과 ‘부부의세계’ 등 인기 드라마로 연타를 친 덕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합병법인으로 OTT 통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CJ와 JTBC의 콘텐츠 파워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 티빙이 웨이브를 제쳤다? 숨은 ‘통계의 함정’

하지만 지표를 면밀히 살펴보면 티빙이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 통합 순이용자 수는 PC와 모바일을 통한 유입(중복 제외)을 모두 합쳐 산정한다. 문제는 순이용자뿐만 아니라 순방문자도 포함한다는 점이다. 모바일의 경우 스마트폰에 해당 OTT 앱을 설치하거나 이용한 사람을 집계하는 반면, PC 웹에서는 OTT 홈페이지 도메인을 방문하기만 해도 순이용자로 보는 식이다.

여기서 일부 통계의 함정이 발생한다. 티빙은 CJ ENM의 각 방송채널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OCN이나 tvN 채널 또는 ‘삼시세끼’ ‘유퀴즈온더블록’ 등 특정 프로그램 페이지를 방문하면 모두 티빙 홈페이지로 연계된다. 이 방문자 수는 고스란히 닐슨코리아가 추정하는 통합 순이용자 수 통계에 반영된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다른 OTT 플랫폼들은 각 웹사이트에서 오직 OTT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지상파 3사 통합 OTT인 웨이브의 경우 MBC ‘놀면뭐하니’ 등 프로그램을 검색해도 각 방송사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자연히 티빙의 경우 웹을 통한 유입 범위가 많고, 순이용자 수 집계가 더 유리해진다.

실제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티빙은 통합 순이용자 수 가운데 웹으로 유입된 비중이 40%에 달한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가 17%~24% 수준을 보이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티빙의 5월 PC·모바일 웹 기준 순이용자 수는 169만5107명으로, 넷플릭스(161만988명)와 비등한 수준이다. 웨이브는 72만9938명에 그친다.

반면 모바일 앱(안드로이드+iOS)만 놓고 보면 티빙의 순이용자 수는 다시 3위로 떨어진다. 넷플릭스 638만695명, 웨이브 346만8090명, 티빙 254만2501명 순이다. 웨이브와의 격차는 100만명 가까이 벌어진다. OTT 서비스의 특성상 웹보다 모바일 앱으로 이용하는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적은 아쉬운 대목이다.

◆ 평균 사용시간은? 넷플릭스보다 웨이브 많이 봤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지금의 통합 이용자 수 산정방식으로 제대로 된 OTT 서비스 영향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방문 수가 아닌 실 사용자 수 또는 실시간·VOD 시청시간 등 실질적인 이용 빈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아이지에이웍스가 조사한 지난달 OTT별 1인 평균 사용시간을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웨이브가 약 11.2시간(674분)으로 가장 많고 넷플릭스가 10.3시간(620분)으로 뒤를 쫓는다. 이어 티빙 9.3시간(557분) 왓챠플레이 7.2시간(432분) 시즌 5.4시간(325분) 순이다. 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의 넷플릭스와 달리 지상파 예능·드라마가 많은 웨이브가 사용시간 면에서 유리한 지점이다.

같은 기간 아이지에이웍스의 통합 순 이용자 수를 보면 넷플릭스 479만459명 웨이브 295만6987명에 이어 복병 U+모바일(192만7641명)이 3위에 오른다. 티빙은 시즌과 함께 각각 149만2339명, 144만9484명으로 4위를 다투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매출과 직결되는 유료가입자 수이고 그 외 통계는 사실 집계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데다 그때그때 콘텐츠 인기를 따라 등락이 잦다”면서 “다만 넷플릭스와 웨이브·티빙이 1강 2중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대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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