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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와 티빙 연합, ‘한류’ 타고 글로벌 각축전

권하영
10일 서울 마포구 웨이브 본사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사진 왼쪽), 도야마 쇼지 NBC유니버설재팬 최고경영책임자(TV화면) 출처=콘텐츠웨이브
10일 서울 마포구 웨이브 본사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사진 왼쪽), 도야마 쇼지 NBC유니버설재팬 최고경영책임자(TV화면) 출처=콘텐츠웨이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흔히 공룡들의 전쟁으로 불린다. 일찌감치 OTT 대명사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부터 전통적인 콘텐츠 맹주 디즈니, 미국 최대 미디어 회사 컴캐스트에 이르기까지 거대 플랫폼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한국 OTT가 의외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비결은 한류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 시장 영향력을 눈여겨본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들이 속속 손 내밀기 시작했다. 웨이브와 티빙 진영으로 나뉜 국내 OTT 시장 구도가 글로벌을 무대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NBC유니버셜은 국내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 합작사인 웨이브와의 콘텐츠 파트너십을 이달 10일 전격 체결했다. 컴캐스트의 자회사인 NBC유니버셜은 한국에도 익숙한 TV 시리즈 ‘디 오피스’와 영화 ‘슈렉’·‘미니언즈’ 등을 제작한 곳이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테마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알려져 있다.

양사가 맺은 파트너십은 꽤 공고하다.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해 NBC유니버셜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해외 유통 권리를 갖는 것이 골자다. 웨이브는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5개 작품씩 약 15개 콘텐츠를 공급하게 된다. 이미 흥행한 콘텐츠를 단기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웨이브의 오리지널 작품을 미리 사 가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NBC유니버셜은 ‘피콕(Peacock)’을 통해 글로벌 OTT 경쟁에도 출사표를 던진 참이다. 현재 엑스피니티X1‧플렉스 등 일부 컴캐스트 고객을 대상으로 ‘피콕’을 시범 서비스하는 중이다. 향후 미국 전역에서 피콕 출시가 본격화되면 웨이브의 한류 드라마를 핵심 콘텐츠 중 하나로 제공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 파트너십을 넷플릭스도 국내에서 체결한 바 있다. CJ ENM과 JTBC, 즉 티빙 연합과 손을 잡았다.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부터 3년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제작에 나선다. JTBC콘텐트허브도 3년간 넷플릭스에 자체 드라마를 공급하고, 20여 편의 드라마 공동 프로덕션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포화된 북미 시장에서 벗어나 아시아 지역에서 신수요를 찾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아시아 OTT 시장은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는 미국(50만명)을 제외하고 약 630만명으로, 이미 전체의 93%를 차지할 정도다.

그중 한국은 아시아 OTT 시장의 선봉장이다. 현재 중화권·동남아시아 OTT 상위권 대부분을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자리 잡게 되면 아시아로 향하는 OTT 사업자가 증가할 것이고, 이들의 경쟁은 곧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OTT 경쟁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국내에선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웨이브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CJ ENM과 JTBC가 합작회사 설립을 선언하면서 티빙과의 양강 구도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NBC유니버셜과 넷플릭스가 가세하면서 콘텐츠 경쟁이 글로벌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이미 ‘킹덤’ 시리즈를 통해 한국 제작사에 투자해 만든 콘텐츠가 북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내 문화혁신포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남미에서 사랑받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아시아 지역만 생각하면 국내 OTT들이 반드시 넷플릭스나 NBCU 등 영미권 플랫폼과 손잡을 이유는 없다”면서 “하지만 거꾸로 보면 웨이브나 티빙 역시 한류의 영향력을 더 이상 아시아에만 한정하지 않고 유럽과 북미로 확장해 제대로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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