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1등급’ 대전(大戰)의 긍정적 효과

이안나
- 에너지효율 등급이 최대 마케팅 포인트…똑똑한 소비 이끌어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지난 3일 재원이 소진됐던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이 3차 추경 국회 통과로 인해 계속 이어지게 됐다.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사면 정부가 일정 부분 구매비용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신청자가 많아 환급 비용을 받으려면 한 달 넘게 대기시간을 가져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하반기 가전 경쟁은 너도나도 ‘에너지효율’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몇 년 전까지 에너지효율 등급은 에어컨을 판매할 때 강조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1등급이었던 에어컨들은 전년부터 3~4등급을 받게 됐다. 에너지효율이 나빠져서가 아니다. 스탠드에어컨에 대한 등급 조건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숫자의 의미가 크다 보니 기업들은 등급을 내세우진 못했다.

으뜸효율 환급사업은 이점을 감안해 3등급 에어컨까지 고효율 제품으로 포함해 환급을 진행한다. 기업은 에어컨 구매 소비자들에게 으뜸효율 환급사업을 설명하고, 이와 함께 3등급 에어컨도 고효율 제품이라는 점을 설명할 기회가 생겼다. 올해엔 에어컨뿐 아니라 TV·세탁기·제습기 등 다른 품목까지도 ‘1등급’ 제품을 강조하고 있다.

3차 추경에서 건조기가 새로운 품목으로 추가됐다. 새로운 필수품으로 떠오르는, 아직 보급률이 높지 않은 대형가전이다. 제조업체에겐 ‘주요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상반기에도 경쟁이 뜨거웠지만, 하반기 환급사업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이를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구매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환급 비용 때문이라 해도 제품 구매시 1순위로 따지는 요인이 에너지효율 등급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으뜸효율 환급사업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가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큰 역할을 했다. 3월 말 시행된 이 사업으로 소비자들은 총 1100억원을 돌려받았고 주요 제조업체 매출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구매비용의 최대 10%(최대 30만원)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판매된 고효율 가전제품을 통해 연간 약 4만2500메가와트시(MWh) 에너지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4인 기준 약 1만1300가구 1년 전력 사용량과 비슷하다.

에어컨과 같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조건 역시 점점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상향평준화를 위해서다. 제품들은 계속해서 성능은 높이면서도 에너지를 적게 쓰고 전력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디자인·가격 등과 함께 에너지효율을 우선 따지는 ‘똑똑한’ 소비의 흐름이 잠깐의 트렌드가 아닌 문화로 정착하길 기대한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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