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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상파, “KT 너마저…”, 넷플릭스와의 제휴 철회 촉구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와 손잡은 국내 유료방송 1위 사업자 KT에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된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제휴 철회를 촉구했다.

12일 지상파 방송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이하 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금껏 국내 미디어산업계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온 KT가 맹렬한 기세의 해외 사업자에게 이토록 손쉽게 국내 시장 석권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매우 충격적이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업계 3위 LG유플러스에 이어 1위인 KT 마저 넷플릭스에게 손을 내민다고 하니 국내 미디어 산업계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면서 “더구나 수수료도 국내 사업자로부터 받는 수준의 절반이라고 알려졌는데, 이는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보다 손쉽게 해외에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 제휴에 대한 우호적 시선도 있다. 협회는 그러나 “넷플릭스가 출연료와 작가료 등 제작비용을 급등시켜 기존 미디어들은 제작을 하면 할수록 손실만 커지는 기현상에 갇혔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 배급사와 콘텐츠 공급 협상 중 토종 OTT에 대한 콘텐츠 공급 금지를 요구했다’는 한 언론보도를 들어 “넷플릭스의 토종 OTT 죽이기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아 시장 1위 OTT 업체인 ‘아이플렉스(iFlix)’는 적자난에 시달리다 중국 업체에 인수됐고, 싱가포르 ‘훅(Hooq)’도 올해 폐업 신고를 했다. 협회는 “그 어떤 로컬 미디어도 글로벌을 단일시장으로 하는 넷플릭스에 대항할 시장 규모나 자본력을 가질 수 없기에 필연적 결과”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국내에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5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협회는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국가의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글로벌 OTT와 손을 잡았고, 토종 OTT는 고사의 위험 속에 해외진출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할 처지”라며 정부의 현실인식과 대응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협회는 이에 ▲방송산업 재원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책 시행 ▲실효성 있는 토종 OTT 보호 및 육성방안 마련 ▲미디어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현실적·실효적 대응방안 수립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KT에도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하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라”며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간 역차별도 즉각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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