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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방송통신 정책 엇박자…과기정통부-방통위 이제는 남남?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지 10여년이 지난 가운데 방송통신 정책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규제와 진흥 정책간 온도차이는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정책이 특정집단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정부 전체 차원의 정책추진에 있어서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정보통신 분야 정책은 방통위, 지경부, 문화부, 행안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ICT 정책을 상당부분 물려받은 방통위가 정통부 적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들어 ICT와 과학기술을 합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하면서 정책갈등의 서막이 열렸다.

이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방송 등 소관업무가 애매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정책은 방통위에, IPTV, 케이블TV, 홈쇼핑 등 유료방송은 미래부로 넘어갔다. 전체적인 미디어 정책 측면에서 진흥, 규제 영역 구분이 아닌 사업자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방송정책의 분리는 현재도 유효하다. 그러다보니 방통위에서는 계속해서 방송정책의 일원화 목소리를 내고 있고 과기정통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파수 정책도 문제가 됐다. 통신주파수는 미래부가, 방송주파수는 방통위가 나눠 관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방송을 위해 700MHz 주파수를 요구할 때 방통위는 국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지상파들에 지원사격을 했고 결국 주파수 할당으로 이어졌다.

당시 주파수 전문가들과 미래부는 주파수 정책을 나눠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다 700MHz를 지상파 방송용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자 방통위와 미래부는 갈등이 나타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실무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인력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과기정통부 들어서도 통신방송 정책의 엇박자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합산규제, M&A 등 유료방송과 관련된 규제다.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촉진에 방점을 두었지만 방통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등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단일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의 갈등만 재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동통신3사에 대한 역대 최대 과징금이 발단이 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7일 통신3사에 불법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었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입자 증대를 위한 과열은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출혈경쟁이 아니라 자사 가입자의 기기변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5G 활성화, 저변확대에 공을 들였다. 5G가 단순히 이동통신 서비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4차 산업혁명, 뉴딜 정책에 근간이 된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상용서비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이례적으로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의 조사를 통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자 과기정통부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통위 처분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이 많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나마 과거에는 방통위나 미래부가 정통부 후계자로서, 정통부 출신 선후배간 의견교환을 통해 이견을 맞춰가는 모습이었지만 방통위 출범 10년이 넘어가며 이제는 남남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방통위 상임위원 출신에 공무원 출신이 배제되면서 선후배 고위 공무원간에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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