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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넷플릭스, 한국에 ‘ICT기금’ 낼까?

최민지

-국회서 ICT기금 납부대상 OTT로 확대하자는 주장 제시
-정부‧OTT업계 ‘갸우뚱’, 해외 OTT 대상 실효성 담보 어려워
-국내OTT 키우겠다면서 부담만 가중, 기울어진 운동장 심화 우려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과연 한국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ICT기금을 걷을 수 있을까? 국회에서 ICT기금으로 불리는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통합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도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해외 OTT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OTT에게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ICT기금 납부대상을 통신사‧방송사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 및 국내외 OTT사업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이하 각각 과기정통부‧방통위)에 요구한 상태다.

정 의원은 “인터넷 포털‧OTT사업자는 ICT기금을 통해 구축된 정보·방송통신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콘텐츠 제공으로 많은 광고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ICT기금은 전혀 부담하고 있지 않다”며 “기금을 통해 직간접적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부담을 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으므로, 인터넷 포털사업자와 OTT사업자도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OTT에 맞서 국내 OTT산업을 키우겠다며 최소규제와 함께 진흥정책을 내세운 정부는 이같은 국회 요구에 난감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범부처 디지털미디어 발전방향을 통해 OTT 진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본격 육성하기 위해 범부처 K-OTT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미디어시장에서 OTT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해, 거대 글로벌OTT와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국회 요구대로 ICT기금 대상을 OTT로 확대하더라도 해외 OTT에 기금징수를 강제하기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국제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고, 국내OTT에게만 기금을 요구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방통위 수장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정 의원 질의에 신중론을 펼친 이유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도 있고,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있다”고 말했으며,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웨이브, 시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는 한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고 매출액 등 회계자료도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이에 세금을 비롯해 ICT기금이 현실화됐을 때 징수의 어려움은 없다.

해외 OTT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사업자 중에서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곳도 다수다. 국내에 사무소가 있더라도 이들은 한국지역 매출만 산정하기 어렵다면서 회피하고 있다. 국내 매출과 회계 상황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글은 물리적 사업장이 국내에 없어 제대로 된 세금을 매기지 못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법인세 약 6000억원을 낼 수 없다며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프랑스는 구글세를 놓고 미국과 통상마찰을 겪었다. 프랑스가 구글을 비롯해 미국 IT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카드를 들자, 미국은 관세보복으로 맞불을 놓은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매출액을 추정해 해외 OTT사업자에 ICT기금을 부과할 수는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걷을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넷플릭스‧구글 등에 기금을 걷을 때, 미국에서 관련해 대항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 통상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사업자만 기금을 걷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OTT가 방송을 대체할 정도로 영향력과 시장이 커진다면, 그 때 검토해야 한다. 당장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OTT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진흥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기금을 걷자는 ‘엇박자’에 국내 OTT만 부담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OTT가 성장하고 있지만, 주요 미디어로 부상하는 사업자가 되려면 당연히 산업육성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현재는 적자를 보면서 투자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사업자와 무한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데, 사업권을 보호하는 것도 아닌 돈을 걷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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