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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물적분할…‘제2 통합OTT’ 출범 시나리오는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CJ ENM이 1일 티빙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하고 웨이브에 이어 국내 두번째 통합 OTT 출범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간 정부심사로 지지부진했던 준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출범 시나리오는 더 다양해졌다. JTBC가 원래 계획보다 투자지분을 줄이게 되면서 새로운 파트너 참여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CJ ENM은 올해 3월 티빙사업 물적분할을 결정하고 4월 JTBC와 합작법인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JTBC가 5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합작법인 지분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했고, CJ ENM이 6월 티빙 분할을 예고했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가 길어지면서 분할기일은 8월1일, 10월1일로 재차 연기됐다.

결국 JTBC는 취득 지분율을 낮추기로 하고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비상장법인의 경우 지분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에만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있다. 당초 JTBC는 합작법인에 20% 이상 지분을 투자하려 했으나, 늦어지는 합작법인 출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CJ ENM과 JTBC는 합작법인에 대한 외부 투자유치 등 사업전략 변경을 논의하면서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1대와 2대주주를 각각 CJ ENM과 JTBC로 하는 기존 구상은 그대로다. 오히려 정부 심사 변수가 사라지면서 합작법인 출범은 분사 이후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0월~11월께 진행도 점쳐진다.

JTBC의 지분율이 줄어든 만큼 새로운 파트너의 참여 가능성도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작년부터 꾸준히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다. CJ ENM과 JTBC 모두 콘텐츠공급사업자(CP)인 점을 감안할 때 통합 OTT 전략을 위해서는 플랫폼 주축 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도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또한 두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콘텐츠를 IPTV 플랫폼인플랫폼(PIP)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어 향후 제휴 시너지도 기대된다.

국내외 OTT 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만큼 제3의 파트너십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디즈니플러스부터 애플TV플러스·HBO맥스·아마존프라임 등이 글로벌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카카오TV 출시를 시작으로 인터넷업계의 OTT 진출이 점쳐지고 있어 시나리오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양상이든 새로운 티빙 합작법인이 출범할 경우 국내 OTT 시장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지상파 방송사간 통합 OTT인 ‘웨이브’, 그리고 CJ ENM·JTBC 연합군인 ‘티빙’이 겨루는 1강2중 체제가 된다. 현재 국내 주요 OTT 업체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8월 기준 넷플릭스 755만명, 웨이브 387만명, 티빙 254만명 순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웨이브와 티빙간 통합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가 티빙에 합병 제안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OTT에 대항하자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 또한 최근 “웨이브와 티빙이 선의의 경쟁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통합을 모색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티빙이 향후 어떤 전략을 꾀할지는 아직 물음표다. 최근 CJ ENM과 JTBC는 각 자회사를 통해 넷플릭스와 장기적인 콘텐츠 제작·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토종 OTT로서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는 웨이브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양사 모두 플랫폼보다는 CP로서 콘텐츠 허브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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