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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더 못 당겨? 확 당긴 네이버·11번가…쿠팡은?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차별화 경쟁에서 ‘빠른 정산’이 주목받고 있다. 판매 후 정산은 플랫폼 내부 이슈다. 일반 소비자는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 덜했지만, 입점한 소상공인과 상생은 물론 ‘착한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정산의 중요성이 재차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업계 내 빠른 정산 움직임은 네이버와 11번가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정산기일은 9.4일이다. 업계에서 가장 정산이 빠르다고 회사 측은 자신했다. 지금의 정산기일도 5.4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11번가가 네이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달부터 우수 판매자에 한해선 가장 빠른 정산 시스템을 내세웠다. 이른바 ‘착한 경쟁’이다. 입점 판매자(셀러)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움직임이다.

11번가는 주문 당일 발송한 우수 판매자에게 빠른 정산을 제공한다. 상품이 배송된 바로 다음날 정산금액의 70%를 먼저 지급한다. 나머지 30%는 이후 고객이 11번가에서 구매확정한 다음날(일요일, 공휴일 제외) 정산한다. 기존 일반정산은 고객이 구매확정을 한 다음날 100% 정산, 고객이 구매확정을 하지 않아도 배송완료 7일 후엔 자동 구매확정으로 정산까지 대략 1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네이버·11번가가 주목받나

현재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유통업법에 근거해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내로 납품업자 측에 판매대금을 지급한다. 네이버와 11번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처럼 현행법이 규정한 정산 시한을 훌쩍 앞당겨 집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행법이 정한 시한 내에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타 사업자를 나무랄 수 없는 상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를 호소하는 판매자들이 늘어나면서 플랫폼 차원의 빠른 정산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열심히 팔았는데 50일, 70일 있다가 대금을 지급하더라’ 등의 현행법을 비껴간 일탈 사례도 들린다. 이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에선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정산 등의 이슈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관련 업체 증인들이 출석 인사에서 제외되면서 다소 조용한 상황이다.

◆‘배송 혁신’ 쿠팡, 정산은?

셀러들의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정산기일을 묻는 글이 상당수다. 여러 사업자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이 쿠팡이다. 그만큼 입점 판매자가 많고 잘나가는 사업자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은 주정산, 월정산으로 나눈다. 회사에 따르면 ▲주 판매마감일 D+20 영업일(70% 정산), 판매 마감일 해당월의 익익월 1일(나머지 30% 정산) ▲월 판매마감일 D+20 영업일 100% 정산 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월에 도입한 ‘즉시 정산’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쿠팡이 KB국민은행과 함께 운영하는 하루 0.013%(연 4.8%)의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사실상 별건으로 볼 수 있다.

셀러들의 돈맥경화는 수십만원의 거래도 정산기일을 재차 확인하는 커뮤니티 글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돈이 급한 중소 셀러들로 보인다. 게시글 중엔 쿠팡 정책인 ‘익익월 30% 정산’을 두고 볼멘소리도 관측된다. ‘왜 판매자 돈으로 이자놀이를 하느냐’는 감정 실린 댓글도 있다.

업계에선 쿠팡이 정산기일을 앞당기기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쿠팡 월거래액이 1조원 이상 나올 것으로 보는 가운데 정산기일을 앞당기려면 역시 1조원 이상 자금흐름에 변화를 줘야 해 재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명절 때마다 파트너사에게 빨리 결제해줬다며 소비자에게 상생 느낌만 냈었다면, 이제는 실제 정산주기를 앞당겨 셀러와 협업하는 등의 차별화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도입을 위해선 경영진의 판단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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