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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수수료 오르면 넷플릭스만 웃는다?…토종OTT 구독료 오를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 여파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인상과 경쟁력 하락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시점을 내년 9월로 미뤘지만 잠시 태풍의 눈을 지날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 ‘구글갑질방지법’ 추진도 유야무야되면서 불안감이 높아진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OTT업계는 애플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강제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인상 추진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국내 OTT업체인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은 애플 정책상 반드시 앱스토어의 인앱결제(IAP) 시스템을 이용하고 그 대가로 3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한 이용자당 1만원의 구독료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중 3000원을 애플에 지불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웨이브와 티빙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용자보다 적게는 4100원에서 많게는 6100원 더 비싼 구독료를 내야 한다. 웨이브의 경우 구글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상품별 요금이 베이직 7900원 스탠다드 1만9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이지만, iOS 버전에서는 각각 1만2000원 1만6000원 2만원으로 훌쩍 올라간다. 이용권 개편을 앞둔 티빙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구글 또한 애플과 동일한 인앱결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사실상 인앱결제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30%의 결제수수료를 받는 방안이다. 다만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업계 반발과 정치권 압박으로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한 상황이다.

OTT업계는 그러나 애플에 이어 구글 인앱결제까지 강제되면 안드로이드 이용료가 현행 iOS 이용료와 같은 수준으로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만 애플과 구글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아도, 유료결제 시 넷플릭스 웹페이지에서만 가능하도록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체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애플은 물론 추후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시행돼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덕분에 넷플릭스의 이용 구독료는 iOS와 안드로이드 상관 없이 상품별로 베이직 9500원 스탠다드 1만2000원 프리미엄 1만45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국내 OTT업체의 경우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외부결제 방식을 시도하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플과 구글이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웨이브의 전신인 옥수수·푹과 티빙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구글과 똑같은 구독료로 제공하기 위해 외부결제로 우회하는 방안을 이용자들에게 안내했지만, 애플은 이후 정기·수시 업데이트에서 승인을 거부하는 식으로 퇴짜를 놨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iOS 인앱결제는 결국 국내사업자에만 강제되고 해외사업자는 자유로운 셈”이라며 “관련해 공정위에 지위남용행위로 검토를 부탁했지만 벌써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상황에 구글까지 인앱결제를 강제할 경우 국내 OTT의 가격 경쟁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OTT인 넷플릭스에 맞서 이제 막 콘텐츠 투자를 시작한 토종 OTT들이 그나마 승부할 수 있었던 게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구독료였는데, 이제 이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공정위는 “OS 시장과 앱마켓 시장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인앱결제 의무화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로 국내 사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한 상황에 구글의 동참으로 정치권 도마 위에 오르자 뒤늦게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정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과방위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를 위해 발의된 총 7개 개정안을 통합하는 법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워지며 개정 속력을 잃었다.

OTT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는 특히나 iOS보다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훨씬 많은 상황이어서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인앱결제를 강제할 경우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정부는 애플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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