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망중립성 정책방향 마련…5G 신규서비스 불확실성 해소
-과기정통부, 망 중립성 기본원칙 유지
-불명확한 규정 구체화…일정 요건 아래 신규융합서비스 제공 가능
-통신사, 투명한 정보 제공‧인터넷 품질 유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5G 시대 망 중립성 정책방향을 세웠다. 망 중립성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5G 신규서비스와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불명확한 규정을 구체화했다. 또한,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우려하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통신사) 망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요청 조항을 신설해 정부의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망 중립성은 통신사가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한국은 2012년부터 망 중립성 원칙 주요내용을 규정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왔다.
최근 5G 등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차 등 일정 품질이 요구되는 융합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으나,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인터넷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현행 법령상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현행 망 중립 예외서비스 제공요건을 명확히 하고, 유럽연합(EU)에서 채택하는 특수서비스(specialized service)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관리형 서비스로 불렀다. 특수서비스는 특정한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일정 품질수준(속도, 지연수준 등)을 보장해 특정용도로 제공하되, 인터넷접속서비스와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구분된 별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신규 융합서비스 출시는 일정한 요건 아래 가능하다. 예를 들어, 통신사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해 원격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 망을 A병원에 제공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지연 없는 품질 보장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사가 현재 인터넷으로 제공 가능한 카카오톡과 같은 유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출시한 후 특수서비스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는 통신사 서비스에 대한 차별을 위한 망 중립성 회피로 판단할 수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특수서비스 후보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인터넷TV(IPTV)는 전용 프리미엄망을 전국 고객에게 서비스된다. OTT도 차세대 미디어인 만큼, 품질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아직 5G 서비스가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특수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망 중립성 합당 여부를 건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나 CP가 이의제기를 하면, 정부가 이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ISP와 CP 등 이용자 간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통신사 정보공개대상을 확대하고, 정부가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 등을 점검하며, 관련 자료제출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추후 필요한 경우, 특수서비스 판단을 위해 협의체를 만들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또한, 통신사는 ▲트래픽 관리 투명성 확보 ▲합법적 콘텐츠‧앱‧서비스 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 ▲망 보안성·안정성 확보, 일시적 혼잡 해소, 법령상 필요한 경우에 예외적인 트래픽 관리 허용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은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5G 신규 융합서비스 시장을 열면서도, CP가 우려한 망 중립성 원칙 훼손 및 비용전가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EU가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히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 아래 특수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 정책 동향에도 부합한다. 과기정통부는 개정 가이드라인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고, 현장에서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해설서를 내년 1분기 내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망 중립성 연구반(위원장 고려대 이성엽 교수)을 운영했다. 2기까지 이어진 연구반은 통신3사와 카카오, 왓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경제‧기술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됐다. ISP와 CP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2기 연구반 때 네이버와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참여를 포기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양측간 논쟁은 지속됐으나, 지난달 합의점을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네이버와 인기협 등을 포함한 31곳의 자문서를 받았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인기협 사무총장을 만나 직접 가이드라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중립성 예외서비스를 놓고 ISP와 CP 간 논쟁이 있었으나, 망 중립성 기본원칙을 유지하자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ISP는 기존 불명확한 규정으로 신규서비스 출시 때 망 중립성 위반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고, CP는 망 중립 원칙을 훼손하고 CP에게 비용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긴 논의가 이어졌다”며 “처음엔 합의안을 마련하기 힘들어 보였으나, 1년6개월간 연구반을 운영하며 모든 이해주체들이 참여해 개정안을 도출했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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