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D-한달, 살아남아야 블록체인 프로젝트 발굴할 수 있다”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이 한 달 남짓 남았다. 법은 오는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까지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영업을 끝낼 수밖에 없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 특히 중소형 거래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실명계좌가 있는 대형 거래소들은 최근 은행과 재계약을 마쳤지만, 중소형 거래소는 은행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거래소가 모든 조건을 갖춰도 은행에서 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쉽다”면서도 “특금법 시행에서 살아남아야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ISMS 대신 ISMS-P…“특금법 위한 포석”
임 대표는 수개월 간 서비스가 멈춰있던 코어닥스를 지난해 3월 인수했다. 서비스가 중단됐던 만큼 인수 당시엔 거래량도, 사용자도 없었지만 현재는 일 거래량 1200억원, 일 방문객 수 3000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폐업 위기의 거래소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임 대표는 “예전부터 거래소 사업을 하고 싶어 인수할 만한 거래소를 물색하던 중, 기술 완성도가 가장 높은 코어닥스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어닥스 예전 주주가 HTS 개발사로 유명한 '네오프레임'이었다”며 “증권사 HTS를 만들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기술 완성도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널리 알려진 거래소는 아니었지만 시스템이 탄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술력은 특금법 대비에 도움이 됐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들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확보해야 하는데, 코어닥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기로 했다. 현재는 실사 막바지 단계다.
ISMS-P는 ISMS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 것으로, 심사항목도 더 많다. 심사항목이 많은데도 ISMS-P를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임 대표는 “가상자산 거래소도 개인의 돈을 움직이는 만큼 개인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수준의 준비를 미리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ISMS-P는 특금법 시행 이후에 살아남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다른 거래소들보다 높은 보안성을 갖췄다는 걸 입증해야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을 때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코어닥스는 콜드월렛(오프라인 상태의 지갑)과 핫월렛(온라인 상태의 지갑)을 합한 ‘쿨월렛’을 개발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쿨월렛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상태이지만 콜드월렛만큼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또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장소인 ‘월렛룸’은 대표조차 접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ISMS 발급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핫월렛과 콜드월렛의 자산 보유 비중을 3:7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ISMS 심사 시 ‘월렛룸 관리’를 확인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AML) 역시 특금법 대비를 위해 신경 쓴 분야다. 임 대표는 "자금세탁방지와 트래블룰 준수를 위해 준법감시실 인원을 현재 6명에서 최소 10명 까지 충원할 예정"이라며 "AML 전문 업체와 대응팀을 꾸리고 관련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 앞으로 다가온 특금법, 거래소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처럼 보안에 집중해도 거래소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다.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판단하는 건 결국 은행이다.
임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규제가 필요하므로 특금법은 당연히 필요한 법”이라면서도 “은행 계좌 발급 관련 가이드라인이 ISMS 심사 항목처럼 세부적으로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금법 시행령에는 “금융기관(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 거래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한다”는 다소 주관적인 기준만 명시돼있다.
때문에 코어닥스는 마케팅도, 신규 상장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은행 판단에 위험 요인이 될 만한 공격적인 시도는 되도록 피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 2~3곳과 계좌 발급 논의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공격적인 이벤트로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거래소의 신뢰성을 구축하는 게 먼저”라며 “신규 상장 시에도 상장 프로젝트 검증을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어닥스는 각 부서의 리더와 준법감시장으로 구성된 상장위원회를 열어 상장 심사를 진행한다.
절차를 중요시하면서 상장하다보니 느낀 건 중소형 거래소가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장 심사를 충분히 통과할 정도로 기술력 있는 프로젝트는 실명 계좌가 있는 대형 거래소를 선호한다. 코어닥스가 특금법 상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임 대표는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해도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는 상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계좌를 비롯한 특금법 상 요건을 충족해 블록체인 업계 ‘옥석 가리기’를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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