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하는 디즈니+, KT‧LGU+ 누구 손부터 잡을까?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한국시장에 진입한다. 막강한 디즈니 지적재산권(IP)을 필두로 국내 OTT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과연 디즈니플러스가 누구 손을 잡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처음에 디즈니에 러브콜을 보냈던 SK텔레콤은 뒤로 빠지고, KT와 LG유플러스가 협력 파트너로 부상했다.
KT는 지난 23일 미디어 콘텐츠 전략 발표 간담회를 통해 디즈니플러스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디즈니와 공식적인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없다”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이 한국 논의하고 있다”며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말을 잘 한다.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KT는 미디어 콘텐츠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OTT 하청기지를 막기 위해 제작자‧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넷플릭스 쏠림 현상과 제작비 인상 등을 우려하는 콘텐츠 업계 목소리에 대응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플랫폼 등에 개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완전히 해외 OTT에 문을 닫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KT는 디즈니플러스와 해외 유통까지 기대하고 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디즈니플러스와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한 콘텐츠 해외유통을 디즈니가 담당할 수 있고, 맘에 드는 콘텐츠가 있다면 공동 투자할 수 있다. 이런 그런 관계 속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는 “KT와 달리 글로벌 OTT(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IP를 가져가는 것은 시리즈물 등에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협력하겠지만 콘텐츠 제작자에게 더 좋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새로운 유통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부연했다.
LG유플러스도 디즈니플러스를 잡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인터넷TV(IPTV) 업계 처음으로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했다. 현재는 독점 계약이 만료돼 KT에서도 넷플릭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디즈니플러스를 검토하지 않고 넷플릭스와 제휴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던 LG유플러스가 입장을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2020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업계 최초로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했었고 이로 인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OTT 등에 대해서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협력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공격적으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바 있다. 당시 LG유플러스가 콘텐츠 수익 85~90%를 넷플릭스에 내주는 조건을 관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망 사용료를 받기는커녕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달리 독점계약보다는 여러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형태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통신사가 디즈니플러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선례를 남겼고. KT도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미디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 중이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SK브로드밴드 재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KT는 "안정적 네트워크 품질 확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비용도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더군다나 통신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역할을 넘어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 변모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 수출까지 꿈꾼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것이다.
SK텔레콤은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디즈니플러스 관련해 “OTT 포함 미디어분야에서 초협력을 위해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특정 회사 제휴 가능성은 사전에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2019년만 해도 디즈니플러스에 가장 큰 관심을 드러낸 곳이다. 이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와 만났고 재밌는 것을 가져왔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글로벌 대형 CP도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굳건히 했고, 넷플릭스와도 각을 세웠다. 당장은 디즈니플러스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넷플릭스 소송도 진행 중인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와 혈맹을 맺은 아마존도 OTT ‘아마존프라임’을 한국시장에 출시할 준비 중이니, 여기도 노려볼 수 있다.
한편,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년4개월만에 전세계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다. 디즈니를 비롯해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최대 IP를 보유하고 있다. 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중 처음으로 ‘블랙 위도우’가 오는 7월 극장과 디즈니플러스 동시 개봉한다. 전세계 마블팬 중심으로 가입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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