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과기정통부 장관 교체, 기대와 우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7 재보선선거 참패 후 임기말 레임덕(권력 누수) 위기에 놓인 가운데, 개각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도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과기정통부 장관에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을 발탁했다. 임혜숙 후보가 장관이 되면, 1967년 과학기술처 설립 이후 첫 과학 및 ICT 관련 부처 첫 여성 장관이 된다. 건국 이래 과기정통부에 남성 장관만이 이어져 왔던 터라, 여성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계속 제기돼 왔다.

임 후보는 여성 첫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NST 이사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공학자로 초고속 통신망 핵심기술 분야에 정통하다. 그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학사‧석사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삼성 휴렛팩커드, 미국 벨 연구소, 미국 시스코 시스템즈 연구원을 거쳐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 겸 공과대학 학장직을 맡았다. NST 이사장 선임 당시 역대 최연소, 첫 여성 이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첫 여성 장관이라는 역사적 의미에도 또 교수 출신을 등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기정통부 전신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과기정통부 장관직은 주로 교수들이 차지해 왔다. 교수 출신이 언급될 때마다 전문성을 갖췄음에도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발맞춘 빠른 법‧규제 대응과 현장 경험, 정무 감각 등에서 뒤처진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초대 최문기 장관은 카이스트, 최양희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다. 낙마했지만 장관 후보로 내정됐었던 조동호 후보는 카이스트 교수다. 현 과기정통부 최기영 장관은 서울대 교수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유영민 전 장관만 유일한 기업인 출신이다. 유 비서실장은 LG전자에 입사해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거쳤다.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나, 산업계‧정치인 출신 인물이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과기정통부가 기업과 국가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ICT를 담당하고 있다. 융합 시대에서 다른 부처와 중복되는 분야가 많아지고, 규제 이슈에 대응하려면 국회와도 상대해야 한다. 현장을 이해하고 정무감각을 갖춘 힘 있는 인물을 원하는 이유다. 임 후보가 장관이 된다면, 이같은 부분을 해갈해야 한다. 1년여 남은 문재인 정권 임기 속에서 최대한 빨리 업무에 적응하고, 정책을 풀어야 한다. 이미 과기정통부는 5G 활성화, 디지털뉴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등 다양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25곳을 관리하는 NST 이사장 공백 문제도 남아있다. 임 후보가 NST 이사장으로 임명된지 3개월도 채 안 돼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로 지목된 만큼, 출연연 원장 선임이 연이어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NST 이사장 후보 내정 때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던 만큼, 과학기술계에도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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