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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은성수 발언은 ‘어른’의 기득권 지키기” 투자자 반발속…비트코인 향방은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정말 이슈가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관련 이슈를 쏟아냈는데요. 정부의 ‘가상자산 특별단속기간’ 지정으로 한 주가 시작됐고, 3일 만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자산 관련 발언이 있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를 ‘잘못된 길’로 표현하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이 얘기를 해줘야 한다”는 은 위원장의 발언은 논란을 야기하기 충분했습니다. 투자 커뮤니티뿐 아니라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비트코인 폭락 이슈도 있었습니다. 이번주 가상자산 시장은 정말 혼란 그 자체였는데요. 한 주 동안 비트코인(BTC) 가격은 19% 가량 떨어졌고, 주요 알트코인인 리플(XRP)은 33%, 폴카닷(DOT)은 34% 떨어지는 등 전체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은 위원장 발언이 가격 폭락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다만 ‘김치프리미엄(우리나라 거래소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축소시키는 데엔 확실히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은 위원장 발언 이후의 시장 상황과 영향, 폭락 이후의 비트코인 전망까지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은성수 발언, 세계 시장까진 아니지만… ‘김프’에는 영향 준 듯

지난 22일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정부는 가상자산을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해서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가격이 떨어진 것까지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출처=MBC
은성수 금융위원장./출처=MBC

이에 대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가격이 떨어진 것을 책임지라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많고 거래금액이 크니 손놓고 있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죠. 그러자 은 위원장은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처음엔 은 위원장의 발언이 가상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22일 오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무섭게 떨어지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7~18년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주 비트코인 폭락에 은 위원장 발언이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김치프리미엄을 축소시키는 데엔 확실히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26%를 기록했던 김치프리미엄은 은 위원장 발언 전에도 점점 줄어들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13~14% 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은 위원장 발언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 1%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현재는 다시 커져 5~6%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계속 커졌던 김치프리미엄이 지난 22일 은 위원장 발언을 기점으로(노란색) 급격히 축소됐다./출처=크립토퀀트
지난달부터 계속 커졌던 김치프리미엄이 지난 22일 은 위원장 발언을 기점으로(노란색) 급격히 축소됐다./출처=크립토퀀트

지나치게 높은 김치프리미엄은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골칫거리였습니다. 김치프리미엄이 계속 높게 유지되다가 언젠가 터져버리면, 그 순간에 시장 하락세까지 겹친다면 국내 투자자들이 입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프리미엄은 한동안 높았습니다. 김치프리미엄을 없애려면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고, 국내 투자 열기도 계속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이번주에 터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락장이 시작된 상황이었는데, 은 위원장 발언으로 국내 투자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김치프리미엄까지 한 번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즉 해외에선 10% 떨어진 코인도 국내에서는 20~25%씩 떨어지게 된 것이죠. 국내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득권 지키는 게 ‘어른의 길’인가…분노한 청년들

은 위원장 발언이 일으킨 파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분노도 여전한데요, 단순히 투자금 손실로 인해 분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자산 투자를 단순히 ‘잘못된 길’로 치부한 점,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은 부과하는 점 등이 투자자들의 반발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얼마 없는 기회마저 앗아가려는, ‘어른’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것이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 청원은 10만 4000여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청원인은 “인생 선배들은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2030에겐 투기라며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내고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 한다”며 “블록체인과 코인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청원인의 주장처럼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2030 세대에게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미 노동소득으로는 ‘내집마련’을 할 수 없는 시대이고, 여러 투자처 중 가상자산은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투자처이기 때문이죠. 국내 투자자들, 특히 2030세대의 분노가 커진 이유입니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는 “업계에 3년 간 일하면서 지켜본 젊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투자하는 코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네이티브’ 세대는 정보검색 능력이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투자의 리스크를 모르고 투자하는 것도 아니”라며 “사다리는 이미 철거되었기 때문에 코인 투자 말고는 1억이 10억이 될 기회가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도 은 위원장에 ‘실망’

그동안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온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년 전 가상자산 붐 이후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기업이 꽤 있고, 해외에서 유명해진 블록체인 기업도 있는데 금융당국의 입장은 3년 전과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또 은 위원장은 현재 영업신고를 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 있다”는 발언을 남겼는데요, 거래소 관계자들도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지난달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각종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영업을 신고해야 하는데요, 그 기한이 9월 말까지입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5개월이라는 시간이 있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특금법 시행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신고한 거래소가 없다는 이유로 ‘다 폐쇄될 수 있다’는 말을 하니 준비하면서도 힘이 빠진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미국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직상장하는데, 국내에선 거래소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시행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행히 거래소가 모두 폐쇄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거래소들이 빠른 시일 내에 영업 신고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은? “꼭 필요한 조정 단계…펀더멘털은 아직 있다”

은 위원장 발언의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도 들썩이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락 원인과 향후 가격 전망을 알아보며 <주간 블록체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선 이번 가격 폭락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세금 관련 이슈와, 개인투자자 및 중소형 고래(가상자산 대규모 투자자 중 중위권)들의 매도가 겹쳐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39.6%로 두 배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뉴욕 증시와 함께 가상자산 가격도 함께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개인투자자 및 중소형 고래들의 매도도 한 주 내내 이어져왔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 세계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의 양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지난 20일에는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로 입금된 비트코인의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요.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입금하는 건 주로 이익 실현을 위해 비트코인을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죠.

또한 데이터 업체 머터리얼 인디케이터스(Material Indicators)는 “비트코인 100만달러치 이상 보유자들은 가격이 얼마든 계속 매수하고 있는 반면, 10만달러~100만달러 치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명 ‘중소형 고래’들의 매도세가 심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하락장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조정 구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올해 들어 잠깐 잠깐 조정은 있었지만 꾸준한 상승장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너무 올랐으니 쉬어가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이죠. 당분간 크고 작은 조정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하락은 오랜 상승장으로 인해 찾아온 조정 구간이라고 본다”며 “펀더멘털은 아직 강하기 때문에 향후 몇 주간 시장 열기가 좀 가라앉으면 다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려온 기관투자자들이 아직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펀더멘털은 아직 탄탄하다는 것이죠.

마이카 스프릴(Micah Spruill) S2F캐피탈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코인텔레그래프에 “거래소로 유입된 비트코인들이 가격을 끌어내렸는데, 블록체인 상 데이터를 보면 이번에 거래소로 이동한 비트코인은 비교적 최근에 매수된 코인들이며 장기간 보유하고 있던 코인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보유 기간이 짧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했고, 장기 보유자들은 아직도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엑소 알파의 엘리 르 레스트(Élie Le Rest) 파트너는 "이런 하락은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므로 매우 건전한 조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르 레스트 파트너는 "비트코인이 5만 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다시 축적하려는 패턴을 보인다"며 "향후 몇 주 뒤 가격이 다시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만약 좀 더 조정이 필요하다면, 다음 가격 지지선은 4만 3000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 알트코인의 가격도 더 하락할 수 있어, 현재 50%대로 떨어진 비트코인의 도미넌스(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가 다시 60%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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