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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홈쇼핑 모바일 실적도 방발기금 포함시켜야 할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방송업계가 분담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두고 홈쇼핑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행보다 더 많은 기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홈쇼핑 모바일 판매 실적을 방발기금 산정 대상에 포함 시키는 사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현황 파악을 위해 GS·CJ·롯데·현대 등 주요 홈쇼핑 사업자들에게 온라인·모바일 매출 자료를 넘겨받았다. 방발기금 산출 기준 변경을 위해 고시 변경 작업이 타당한지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파악 중이라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들 의견을 듣고 있으며 현황 파악 위해 자료를 넘겨받은 이후 아직 진척사항은 없다”고 했지만 홈쇼핑 사업자들은 우려를 표한다.

방발기금은 지상파·케이블 방송사업자가 방송 전파를 사용하는 대가로 주로 방송통신 진흥 사업을 위해 쓰인다. 홈쇼핑 사업자들은 공공재 방송을 이용하고 있어 매년 TV 방송으로 번 영업이익 13%를 방발기금을 내고 있다. 정부는 왜 홈쇼핑 사업자들의 모바일 실적까지 방발기금에 포함시키려는걸까?

이는 유통·미디어 시장환경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TV홈쇼핑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TV 시청인구마저 줄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반짝 효과를 봤다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장 폭은 둔화되는 상황.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은 사업중심을 TV에서 모바일로 옮기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내 홈쇼핑방송 환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홈쇼핑에서 디지털(모바일·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처음 TV(47.9%)를 넘어섰다. 이후 2~4분기에도 디지털 채널 비중은 50% 이상을 상회했다.

홈쇼핑 TV 판매 의존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이들이 내던 방발기금 규모도 자연스럽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홈쇼핑사들이 지불한 방발기금은 2015년 671억, 2016년 468억, 2017년 550억, 2018년 572억, 2019년 497억원이다.

정부가 모바일 실적을 방발기금에 부과하려는 이유는 TV방송 상품 모바일 결제분이 홈쇼핑 모바일 실적에 포함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시 소비자들은 상담원 연결이나 ARS, 모바일앱, T커머스의 경우 리모콘 결제까지 여러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고객의 모바일 유입을 늘리기 위해 모바일 혜택을 강조하기도 한다. 가령 같은 상품을 구매해도 모바일 앱을 접속해 결제할 경우 추가 할인을 지원하는 식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모바일로 사람들을 유입시켜 관련 트래픽과 모바일 이용행태를 늘리려는 노력은 이전부터 해왔다”며 “방발기금을 적게 내려는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부와 산업계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모바일의 역할을 각각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결제 디바이스 중 하나로 볼 땐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이용한 것이기에 모바일 실적도 방발기금에 포함하는게 타당하다. 하지만 모바일을 TV를 벗어난 새로운 미디어 채널로 본다면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방발기금에 포함되는 건 불합리하다. 홈쇼핑 업계에선 방발기금이 줄어들게 되자 이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실제 모바일은 두 개 역할이 혼재돼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TV방송을 통해서 상품 구매를 한 것인지 순수하게 모바일 앱을 둘러보다 구매를 한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홈쇼핑 모바일 매출과 방송간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TV에서 판매 중인 상품이 실시간으로 모바일에서 결제된 것을 기금 산정 실적으로 넣는 안도 언급되지만 이 역시 객관적인 주문 유입 경로 파악은 불가능하다.

다만 홈쇼핑 송출수수료 부담이 적어질 경우 이에 대한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홈쇼핑 업계는 2019년 기준 매출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지급했다. 방발기금은 이에 비해선 비중은 작지만 비용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고려대학교 김정현 교수는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결정 방안으로 총액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배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모델에 도입한 결과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과 실제 송출수수료 총액 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홈쇼핑 매출을 TV만이 아닌 모바일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로 잡았다는 것. 방송을 보고 모바일 결제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해 현실적으로 매출에 같이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료방송사들에게 지출하는 비용이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홈쇼핑 모든 브랜드 가치 본질은 방송이기 때문에 모든 매출액은 이와 관련 돼있다고 봤다”며 “비율을 몇 %로 정하느냐의 문제이지 TV를 보고 주문한건지 모바일에서 보고 주문한 것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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