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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비트코인으로 할리스커피 사보니…“두 시간 걸리는 구매과정”

박현영

비트코인을 페이코인으로 바꿔서 페이코인 가맹점인 '할리스커피'에서 산 아메리카노.
비트코인을 페이코인으로 바꿔서 페이코인 가맹점인 '할리스커피'에서 산 아메리카노.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비트코인으로 ‘아아메’를 사먹기까지, 최소 2시간 이상 잡아야 하는 나름 험난한 여정이었다.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할리스커피를 구매한 한 줄 평이다.

◆비트코인으로 페이코인 사서 쓰는 방식…기존 방식과 큰 차이 없어

다날의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은 지난 28일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결제는 지난 2월 이미 예고됐던 내용으로, 당초 4월 중 출시될 계획이었으나 출시 시기가 미뤄졌다. 당시 비트코인 지원 소식 발표로 가상자산 페이코인(PCI) 가격이 1000% 오르기도 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와는 거리감이 좀 있었다. 원래 이해했던 방식은 이랬다. 사용자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BTC)을 페이코인 앱으로 보내고 앱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하면, 비트코인이 페이코인으로 바로 전환돼 페이코인 가맹점에서 결제되는 식이었다.

실제 구현된 방식은 조금 달랐다. ‘비트코인 결제’ 버튼은 따로 없다. 비트코인을 페이코인 앱으로 보낸 후 앱에서 ‘BTC로 PCI 구매하기’를 해야 한다.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보내고, 보낸 비트코인으로 페이코인을 사서 결제하는 방식이다./페이코인 앱 이용화면.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보내고, 보낸 비트코인으로 페이코인을 사서 결제하는 방식이다./페이코인 앱 이용화면.
즉 비트코인 결제를 누르면 비트코인이 페이코인으로 즉시 전환돼 결제되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페이코인을 사둔 다음에 그 페이코인으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는 거래소에서 페이코인을 사서 페이코인 앱으로 보내 결제하는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를 들어 페이코인은 업비트 BTC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으로 산 페이코인을 페이코인 앱으로 보내 결제에 사용하면 된다. 비트코인으로 페이코인을 사는 경로만 거래소에서 페이코인 앱으로 바뀌었을 뿐,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얘기다.

물론 페이코인 앱을 이용하면 바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소보다는 빠르게 페이코인을 살 수 있다. 거래소는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바로 바로 거래가 체결되지 않아 조금 기다려야 한다.

◆비트코인 송금부터 결제까지 2~3시간…송금 속도 느린 게 단점

거래소에서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보낸 순간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넣기까지는 두 시간 넘게 걸렸다. 이 점 역시 기대와 달랐던 부분이다.

우선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 지갑을 생성했다. 지갑을 생성하면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지갑 주소를 발급받게 된다. 이후 거래소 빗썸에서 해당 지갑 주소로 비트코인을 보냈다. 보낼 수 있는 최소 금액이 0.002BTC이기 때문에 29일 시세로 약 8만원 어치를 페이코인으로 보내야 했다. 8만원 어치를 보낼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빗썸에선 돈이 빠져나갔음에도 불구, 페이코인 앱 내 지갑으로 비트코인이 입금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거래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송금에 통상 30분은 각오하고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1시간이 지났는데 페이코인 앱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했을까 두려워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거래 내역까지 확인했으나 잘못된 게 없었다(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돈을 날리게 된다). 결국 페이코인 고객센터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페이코인 고객센터에서는 비트코인 입금에 3~4시간이 걸린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빠져나갔어도 페이코인에 입금되려면 페이코인에서 거래를 승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비트코인 입금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거래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페이코인이 승인을 늦게 해줘서다.
거래소에서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려면 3~4시간도 각오해야 한다./고객센터 답변 캡처
거래소에서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려면 3~4시간도 각오해야 한다./고객센터 답변 캡처
불행 중 다행으로 3시간까지는 안 걸렸다. 2시간여 만에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이 들어왔다. 이후 ‘BTC로 PCI 구매’를 눌러 비트코인을 페이코인으로 바꿨다. 바꾼 페이코인으로 가맹점인 할리스커피에서 커피를 구매했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보내는 것부터 따지면 결제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미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둔 상태면 그 다음부터는 결제가 수월하겠지만, 처음이라면 2~3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페이코인 자체는 할인 혜택 유용…기능 개선은 과제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결론적으로는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결제에 사용하기는 했다. 지금 당장 현금이 없어, 보유 중이었던 비트코인을 실생활에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할 듯하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2~3시간을 감내하면서까지 이용할만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대신 페이코인을 구매한 뒤 페이코인 앱으로 보내 바로 결제하는 방법이 더 쉽다. 페이코인을 결제에 사용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하기 때문에 페이코인으로 결제할 만한 유인은 있다.

실제로 할리스커피에서 페이코인으로 결제 시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영수증에는 4100원으로 찍혔지만 실제 페이코인 앱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3.5PCI 정도로, 2000원 가량이었다. 50%가 할인된 것이다.

이 같은 할인 혜택 덕분에 페이코인이 결제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페이코인 앱 내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수월하게 이뤄지려면 기능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어렵겠지만, 비트코인으로 페이코인을 사서 결제하는 것보다 페이팔 같은 ‘즉시 전환’ 방법이 구현됐으면 한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보낼 때 송금 속도가 더 빨라야 함은 당연하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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