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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대전-下] 성역 없는 퀵커머스 전쟁...IT·유통업계 장단점 뚜렷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촉발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고 e커머스 시장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의 ‘긴급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퀵커머스가 태동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는 전세계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30년 60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커머스 시장에서 배송 서비스가 주요 경쟁력이 된 만큼 퀵커머스도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해 자리 잡을 전망이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퀵커머스는 아직 시장 초기지만 플레이어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차별화된 배송을 통해 편리함을 맛본 소비자들이 늘면서 향후 새벽배송처럼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단시간 배송해준다는 목적은 같다. 그러나 다양한 업체들이 쌓아온 경험과 인프라에 따라 퀵커머스 사업 확장과 관련한 강점과 약점은 뚜렷하다.

배달의민족 B마트는 30~1시간 내 배달한다. 선별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근 라이더가 이를 배달하는 방식이다. B마트 매출 비중이 순조롭게 높아지는 과정에서 위협이 된 것은 쿠팡 진출이다. 쿠팡은 이달 초 배달앱 쿠팡이츠를 통해 서울 송파구 지역에서 퀵커머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배송 시간을 15분 내로 대폭 줄였다. 이를 위해 라이더들을 직고용해 물류창고에 상주시키는 방안과 ‘단건배달’을 도입했다. 배달비 2000원으로 최소 주문가능 금액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배민도 일부 지역에 한해 단건 배달을 시범 운영 중이다.

배달업체들은 기존 음식배달에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배달 역량을 강화해왔다. 관련 경험과 기술이 축적 된 만큼 퀵커머스로 확장이 용이하다. 배달앱이 사람들의 생활 속 필수 앱으로 자리잡으면서 접근성 또한 높아졌다. 다만 퀵커머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도심에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가 얼마나 있는지가 핵심이다. 신선식품·식료품 배달을 위해 콜드체인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서비스 권역을 늘릴 때마다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단건 배달이 보편화 됐을 때 증가하는 물류비·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노하우를 갖춘 상태에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위해 배송거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하다”며 “대신 온라인 커머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자체 플랫폼을 찾는 이용자 수가 높은 편이라 구매에 대한 여력이 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객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퀵커머스 서비스를 속속 도입한다. 퀵커머스 시장에서 GS리테일 핵심 역량은 1만5000여개 소매점 인프라다. 동네 곳곳 위치한 편의점도 MFC 기반이 된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도심형 물류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10~30분 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물류센터 구축 관점에선 유통업체들이 보다 유리하다. 이미 오프라인 소매점들이 전국에 분포해 있어 물류센터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트럭 등 배송차량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신속하지만 배달 용량이 극히 제한돼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배달의민족·쿠팡·카카오처럼 자체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점이다.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이 가능해도 온라인 구매 소비자가 적다면 무의미하다. GS리테일이 배달앱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요기요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편의점 등 지역기반으로 운영돼 고객 데이터들이 쌓여있고 마트는 이전부터 온라인 장보기에 대한 익일·당일배송을 시행해왔다”며 “물류·데이터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 온라인에서 팔리도록 하는지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이 한정돼있는 MFC에 물건을 효율적으로 채우고 재고처리 부담을 없애기 위해선 정밀한 수요예측 또한 중요하다. 쿠팡은 대규모 직매입으로 로켓배송을 안착시킨 경험이 있는 한편 편의점·마트도 고객 데이터베이스(DB)가 쌓여있다. 각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퀵커머스에 어떻게 접목시킬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론 해당 업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물론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과열된 속도경쟁으로 배달기사가 부족해지면 배달비가 그만큼 상승할 수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퀵커머스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위생, 비용 등 여러 가지가 고려돼야만 소비자 만족이 극대화 된다”며 “사업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보 시스템 개발을 통해 배달을 최적화하면서도 속도경쟁으로 근로자들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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