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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일주일 새 2개 나온 특금법 개정안,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가상자산‧블록체인 관련 법안이 3개나 나왔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만 2개가 나왔고, 블록체인 산업을 위한 블록체인 진흥법이 나왔습니다.

특금법 개정안들은 ‘거래소 줄폐업’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현행 특금법 상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영업신고 기한은 오는 9월 24일까지인데요. 이 시기 이후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상되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개정안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폐업은 투자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이므로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블록체인 진흥법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내용이 법으로 명문화되는 것이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과도한 규제로 되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도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진흥법을 통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빛을 보고 세계 시장으로 나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금법 개정안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해당 개정안들이 가져올 효과를 예측해보겠습니다. 왜 개정안의 내용을 주목해야 할까요?

◆실명계좌 없어도 영업신고 할 수 있게…‘줄폐업’ 막는 개정안 발의

우선 특금법 개정안 2개 중 먼저 발의된 것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입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 없이도 영업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신고 기한은 6개월 늦추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실명계좌를 신고 수리 요건이 아닌 금융거래 요건으로 옮기는 법안으로, 결론적으로는 실명계좌가 필요합니다. 다만 실명계좌가 없다는 이유로 거래소 영업신고를 금융당국이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행 특금법에선 거래소들이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당국에 영업신고를 마쳐야 현재와 같은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고를 위해서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고,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죠.

그런데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기도 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은행이 ‘평가’하는 데 큰 부담을 느껴 계좌 발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때문에 신고 기한을 5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실명계좌 심사를 통과한 사례가 한 곳도 없습니다. 실명계좌가 있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은 예전부터 계좌를 발급받아둔 ‘선발주자’들로, 특금법 규정에 맞춰 새로 계좌를 획득한 곳은 사실상 없는 셈이죠.

조명희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이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금법의 본래 취지는 ‘자금세탁방지’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거래소들이 실명계정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도록 하면 되지, 거래소 신고 수리 요건으로 실명계좌를 둘 필요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즉 실명계좌가 없더라도 ISMS,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을 갖춰 영업신고를 한 뒤, 그 다음에 금융거래용 실명계좌를 발급받으면 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거래소들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죠. 실명계좌가 없으면 영업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특금법에서는 원화입출금을 제공하는 거래소에 한해 신고 요건으로 실명계좌를 요구하는데, 국내 거래소 중 원화입출금을 포기할 수 있는 거래소도 사실상 없고요. 결론적으로는 금융거래용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영업신고 후 합법적 사업자가 된 상태에서 계좌를 발급받으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란 게 거래소들의 추측입니다.

은행도 부담을 덜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의 영업신고를 위해 계좌를 발급해줘야 하는 현행 법과 달리, 영업신고 후 수리를 받은 거래소들에게 계좌를 발급해주게 되니까요. 신고를 마친 거래소들은 이미 금융당국의 판단을 거친 거래소들이므로, 은행도 더 이상 거래소를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백훈종 COO는 “사업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법안”이라며 “9월 24일 이후 거래소가 줄폐업하고 고객 자산도 날아갈 수 있다는 자극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줄폐업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실명계좌는 필요하다. 거래소 법인계좌(벌집계좌)로 사업을 하면 고객 1명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되더라도 거래소 법인계좌 자체를 막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 실명계좌가 신고 수리 요건이 되어버리면 영업신고 자체가 너무 어렵고, 특금법 통과 직후로부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현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명계좌는 분명 필요하지만, 이를 신고 수리 요건으로 둔 탓에 예나 지금이나 4대 거래소 외 모든 거래소가 계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특금법 개정안, 투자자에겐 어떤 영향?

사업자, 즉 거래소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할만한 개정안이지만 투자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살펴봐야 합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법안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조 의원은 개정 취지를 밝히며 “선발 가상자산사업자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의 사업자들이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폐업할 위기에 놓였고,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피해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번 개정안을 통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했죠.

대부분 투자자들이 4대 거래소를 많이 이용하고 있고, 폐업 위기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나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중소‧중견 거래소를 이용 중입니다. 이 투자자들까지 보호해주는 게 법이 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현재 30여개 가상자산 거래소와 코스콤은 미신고 거래소의 가상자산을 일시적으로 보관해주는 ‘청산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인데요. 청산 시스템이 따로 필요할 정도의 줄폐업을 방치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청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 전에 폐업 거래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투자자들도 특금법 개정안의 내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4대 거래소 외에도 영업신고를 마치는 거래소가 생겨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바이낸스가 다양한 서비스로 세계 1위를 꿰찬 것처럼, 국내에서도 실명계좌가 아닌 ‘진짜 서비스’로 경쟁하는 거래소들이 생겨야 투자자들의 편의도 향상된다는 의견입니다.

백훈종 COO는 “4대 거래소만 남아도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자유경쟁은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4대 거래소에만 실명계좌라는 울타리를 쳐주기 보다는 공평한 운동장에서 모든 참여자들이 경쟁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명계좌 발급용 전문은행 만들자” 개정안도 등장

이 밖에도 특금법 개정안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조 의원 개정안에도 참여한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이 지난 6일 대표발의한 법안인데요. 조 의원 개정안과 겹치는 실명계좌 관련 내용, 신고 기한 유예 내용 외에 ‘전문은행 도입’에 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가상자산 거래 전문은행을 지정하고, 은행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설해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경우 전문은행으로부터 검증을 거쳐 계좌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없던 은행이 생기는 것이므로 조 의원 개정안에 비해 통과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다만 줄폐업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맞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백훈종 COO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4대 거래소 외에 모든 거래소가 폐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과 미지수…촉박한 시간에 여당‧금융당국 반대도

지금까지 개정안의 내용과 개정안이 미칠 영향을 다뤘으나, 실제로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가상자산업권법 3개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더욱 구체화하는 내용인데요. 해당 법안들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발의된 특금법 개정안들이 거래소 신고 기한인 9월 24일 전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많습니다.

또 여당 의원들과 금융당국은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는 폐쇄되어야 함이 당연하며, 신고 기한도 절대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에 환영 의사를 밝히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확실한 규제를 당부했습니다. 노 의원은 “특금법 상 영업신고 기한인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 등 요건 미충족으로 신고를 하지 못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전날 윤창현 의원이 금융위원장 내정에 환영 의사를 밝히며 “거래소와 이용자 모두 힘들게 만드는 현행 법령의 개정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한 것과 대조적이죠.

또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 신고 기한 연기와 관련,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도 강경한 입장입니다. 지난달 금융위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오는 9월 24일까지 영업신고를 하지 못해 폐업하더라도 별도의 유예기간은 없다”고 못박기도 했습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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