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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당신이 성실한지 알고 있다”, 신용 ‘프로파일러’ 역할 크레파스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첫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예비인가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대안신용평가를 주력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고 있는 크레파스솔루션에 지난 25일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예비인가를 내줬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앞으로 신용정보업 영위에 필요한 조직구조 및 관리운영체계, 물적 설비 등을 갖추고 본허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즉 비금융CB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금리 대상 고객이 되는 이른바 ‘씬파일러’, 즉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 대출 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주부나 학생, 자영업자 등에 금융거래 내역 외에 다양한 고객 행동과 성향 등을 기반으로 신용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는 “(대출을) 더 주기 위한 신용평가에선 대안신용평가, 즉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실함과 신용등급과 관계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이 있지만 우리의 경험으로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실함을 어떻게 계량화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안신용평가는 심리학적인 연구에 근거를 두고 이를 패턴화한 것을 적용한 것”이라며 “개인의 성향을 찾기 위한 행동과학모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휴대폰 OS업데이트를 꼬박꼬박 하고 배터리 충전도 잘 하고, 앱을 적절하게 업데이트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지우는 등의 행동. 그리고 캘린더, 이벤트 관리를 잘 한다던지 등의 행동은 디지털 발자국(풋 프린트)로 남는다. 이러한 수십 개의 변수를 모아보면 개인에 대한 성향이 나온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대안신용평가에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안신용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틀에 박힌 신용평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대다수는 3등급에서 6등급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이 계층에서 금융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지만 정작 기존의 신용평가 체계에선 이들이 대부분 비슷 비슷한 신용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네거티브 식 평가. 예를 들어 특정한 금융거래 내역을 가질 경우 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신용도를 결정한다.

김 대표는 “대안정보 기반의 크레딧 뷰로(CB)를 제공한다면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금융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을 보면 6등급 전후의 고객들이 오는데 누구에게 대출을 승인할지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어렵다. 소액대출이다 보니 전문 심사역을 투입해 판단하는 것도 금융사로선 수지타산이 안맞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면 이러한 중금리 대상 고객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사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의 주요 요소로는 담보, 신용거래, 성향이 꼽힌다. 이 중 담보와 신용거래는 금융거래 기록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성향은 사실상 파악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개인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대안신용평가에선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비정형 정보를 이용한다. 김 대표는 “성실한 6등급과 비성실한 6등급이 있다면 성실한 6등급에게 대출이 일어나야 하지만 금융거래 이력만으로 개인의 성실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디지털 풋프린트를 기반으로 개인의 성향 패턴을 찾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크레파스솔루션의 오랜 파트너였던 글로벌 대안 신용평가솔루션 업체인 렌도(Lendo)에서도 이미 검증한 기술이다. 렌도는 15개 국가 100개 금융사에서 테스트를 통해 개인의 성향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출 등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크레파스는 대안신용평가를 바탕으로 한 신용대출에 대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청년을 위한 중금리 금융 서비스인 '청년5.5'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약 2년간 대부업계를 제외하고 기성 금융에서 거절당했던 청년들에게 100만원에서 500만원의 금액을 낮은 금리로 대출해줬다. 전체 포트폴리오는 15억 정도로 작았지만 연체율은 3-5%로 유지하면서 대안신용평가의 효용성을 증명했다.

김 대표는 “기존 금융사에서 대출 거절됐던 100명의 청년 중 97명이 안정적 대출과 상환이 가능하다는 알고리즘을 찾은 것”이라며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소매금융 대출에 인색한 금융사가 많은데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청년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올해 안에 전문개인신용평가를 위한 베타 서비스 출시가 목표다. 내년 1년간 운영을 통해 2023년부터 제대로 된 스코어를 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안정보기반의 신용평가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빅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자동화를 통해 금융 심사자동화를 이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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