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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코인 거래소 영업신고 기한, 왜 연장해야 한다는 건가요?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도 국내 시장은 가상자산 거래소 이슈로 떠들썩합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국회가 거래소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거래소 영업신고 문제가 연일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7에는 금융위원장 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도 부상했죠.

지난주 <주간 블록체인>은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이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예측을 다뤘는데요. 이번주에는 ‘거래소 영업신고 기한이 정말 연장돼야 할지’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더불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와 사전답변에서 ‘사업자 정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용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업자 정리, 즉 거래소 줄폐업이 늦어져서 생기는 이용자 피해가 클지 아니면 거래소 줄폐업 자체로 생기는 이용자 피해가 더 클지 살펴봐야 합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은 아닐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문제도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1년 6개월 시간 있었다"는 금융위 vs "사실상 6개월도 없었다"는 거래소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영업신고 기한은 오는 9월 24일입니다. 다음달 24일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한 사업자들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원화입출금 시) 등을 갖춰 신고를 마쳐야 하는데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신고한 사업자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한 곳뿐입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현재 국내 가상자산 업계 최대 화두는 ‘신고 기한이 미뤄져야 하는지’입니다. 국회에 발의된 특금법 개정안들도 공통적으로 신고 기한 유예 조항을 담았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 측은 신고기한을 6개월 늦추는 특금법 개정안에 대해 “특금법 통과 이후 (현재까지) 1년 4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6개월 늦춘다고 달리질 건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신고까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있었다”며 “신고 기한 연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줄폐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했으나 신고 기한 연장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런데 거래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1년 6개월이 아니라 사실상 6개월도 없었다는 건데요.

금융위 측이 주장하는 1년 6개월은 특금법이 처음 국회를 통과한 2020년 3월부터 계산된 기간입니다. 하지만 거래소들은 사실상 올해 4월까지는 은행과 논의조차 힘들었다는 입장입니다. 은행이 어떤 기준으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줘야 하는지, 해당 기준을 정한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이 올 4월에야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은행들이 연합회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 자체가 부정적이다보니, 금융위의 눈치를 보는 은행들은 거래소들의 제안을 무조건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도 실명계좌라는 큰 기준 하나로 인해 영업신고를 못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25일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이하 가상자산특위)는 서울 강남구 프로비트 거래소 본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박현영 기자
지난 25일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이하 가상자산특위)는 서울 강남구 프로비트 거래소 본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박현영 기자
지난 25일 국민의힘은 거래소들의 어려움을 듣는 현장간담회를 마련했는데요. 이날 간담회에는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 관계자들이 참석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1년 4개월의 시간을 줬다고 하는데, 기존에 계좌가 있던 4대 거래소 외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곳이 없다”며 “은행연합회에서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을 만든 게 올해 4월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4달 밖에 시간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승환 지닥 대표도 “사실상 은행들이 가상자산사업자를 평가해야 하는데,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아직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평가기관인 은행들조차도 자금세탁방지에 대해 매일 컨설팅을 받고 있다”며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SMS 인증 있는 곳이라도 신고하려면? ‘기한 연장’ 주장 나오는 이유

규제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한 곳만 남게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만이라도 영업신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만이라도 실명계좌를 갖춰 신고를 하게끔 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고 기한 연장과 은행의 면책입니다.

만약 거래소에서 자금세탁이나 보안 관련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거래소의 책임이지 은행의 책임이 아니게끔 면책해줘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실명계좌 발급에 미온적인 은행들이 거래소들과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겠죠. 이 논의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신고 기한 연장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백훈종 COO는 “지난달 금융위가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영업신고 컨설팅을 했는데, 모든 거래소가 미흡하다는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며 “특금법을 준수할 수 있는 거래소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건 법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금융위는 실명계좌가 없다는 이유로 모든 곳이 ‘미흡하다’고 하고, 은행은 모든 곳이 미흡하다는 상황에 새로 계좌를 내주는 것이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며 실명계좌라는 요건을 충족하려면 법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고승범 후보자도 거래소 신고 기한 연장은 물론 은행 면책과 관련해서도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울라…가상자산 산업 발전 생각해야

특금법의 취지는 무엇일까요.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을 방지해 불건전한 사업자를 걸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최대 거래소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거래소가 불건전한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몇몇 사기 거래소를 잡으려다 가상자산 거래소 산업, 나아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을 통째로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따라서 생각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금융위는 폐업해야 할 거래소가 폐업하지 않아서 이용자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고 기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식 운영을 위해 수십억을 들여 ISMS를 획득하고,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한 거래소들까지 폐업한다면 오히려 거래소 줄폐업으로 발생하는 이용자 피해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거래소에 가지고 있던 코인을 다 빼거나 옮겨야 할뿐더러,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에 투자했다면 그 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죠.

백훈종 COO는 “아직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이 없다 보니 거래소 난립으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며 “넓게 보면 여러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경쟁을 거듭해야 산업 전체가 발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단위로 돌아가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거래소가 한 두 개만 남는 것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산업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죠.

국민의힘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허백영 빗썸 대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많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가상자산은 지금 현존하는 암호화폐 외에도 수천 개가 더 생길 것이고 우리가 아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블록체인 기반 자산들이 다수 생길 것”이라며 “이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훈종 COO도 “가상자산 시장에 거래소가 몇 개여야 하는지 결정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시장의 역할”이라며 “투자자들이 올바른 거래소를 취사선택하면서 가상자산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거래소가 한 두 개밖에 없다면 가상자산 산업에 인재가 몰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특금법 관련 청원,/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특금법 관련 청원,/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에 올라온 청원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특금법 신고 기간 유예 등 법 개정과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부탁한다"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와있는데요.

청원인은 "왜 대한민국에는 코인베이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없을까"라며 "기술력이 부족해서, 전문인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준수하고 싶어도 준수할 방법이 없는 특금법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비현실적이고 위헌적인 규제 안에서 하루 하루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라 글로벌 진출은 꿈도 꿀 수 없다. 특금법과 같은 비합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규제는 국가 경쟁력을 후퇴시킨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상자산 사업체들을 강제 폐업시킨다면 가상자산 시장 종사자들, 선의의 투자자들 등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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