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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오징어게임’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

최민지

-‘오징어게임’ 전세계 83개국 1위...韓, 넷플릭스 콘텐츠 하청기지화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오징어게임‧승리호 등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국내 콘텐츠를 보면, ‘재주는 곰(한국)이 넘고 돈은 왕서방(넷플릭스)이 번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등극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마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아마존프라임 등 치열해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 속에서 상반기 실적 부진을 보이며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전세계 오징어게임 돌풍과 함께 글로벌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반등의 기회를 삼을 수 있게 됐다.

30일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지원 국가 83개국 중 80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북아프리카에서는 2위, 인도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앞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는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이자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오징어게임 등장인물 복장인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본인이 ‘457번’ 게임 참가자임을 인증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오징어게임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으나, 안타깝게도 한국 제작사 측은 추가 수익을 단 1원도 가져갈 수 없다. 콘텐츠 방영 이후 모든 수익은 넷플릭스 차지다. 오징어게임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사전투자를 통해 제작비를 보존하는 대신 지적재산권(IP)부터 판권 및 해외유통권 등을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은 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부터 배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사전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마련한다. 흥행 성패에 상관 없이 제작비 리스크를 덜 수 있다. 덕분에 10년간 시장에서 거절당했던 오징어게임도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전세계에서 흥행하더라도 국내 제작사는 계약에 따라 추가 수익을 받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경우, 티켓 매출 발생 때 극장과 배급사가 5대 5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을 때마다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한국을 ‘콘텐츠 생산 하청기지’로 삼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에게 무궁무진한 성장의 땅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전세계에 통하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져다주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9부작으로 제작된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는 약 200억원이다. 영화 승리호 제작비는 240억원으로, 넷플릭스는 320억원 수준으로 판권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2회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묘한 이야기 회당 제작비는 1200만달러(한화 약 142억원)로, 현재 시즌3까지 공개된 상태다. HBO 드라마 ‘왕좌의게임’은 시즌8로 종료됐으며, 편당 1500만달러(한화 약 178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제작 투자비를 매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55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시장을 넘어 글로벌 흥행보증 수표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넷플릭스로 쏠릴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제작단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면 지상파‧종편‧프로그램사용사업자(PP) 제작비 부담이 커지면서,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콘텐츠 제작산업은 넷플릭스에 더욱 의존하게 되면서 시장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넷플릭스가 한국 제작산업 메기 효과를 가져와서 불공정관행이 개선되고 있으며, 콘텐츠 제값받기 및 제작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고, 국내에서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제작단가 상승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작가와 연출자 등 제작 인력 부족을 현장에서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 부담이 커지면 추후 머니게임으로 변해, 이용자뿐 아니라 제작‧유통시장에서도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넷플릭스가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콘텐츠 투자를 옮길 경우, 일순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콘텐츠뿐 아니라 국내 OTT 플랫폼 육성정책이 동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소규제 원칙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으로 OTT 플랫폼을 지원하고, 사업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은 “넷플릭스 하청기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막으려면 궁극적으로 한국발 글로벌 OTT로의 성장이 절실하다”며 “한국 콘텐츠와 OTT 플랫폼이 동반성장하려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사업자 투자‧협업 노력과 함께 정부와 국회가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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