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넷플릭스 쇼타임’, 국감 회초리 무서웠나…쇼보다 밀린 숙제 먼저해야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카카오에 이어 넷플릭스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면피용 ‘상생쇼’를 펼쳤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국감을 준비하는 만큼, 책임회피를 위한 동반성장 홍보에 부랴부랴 나선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한다.

29일 넷플릭스는 ‘파트너 데이’ 온라인 미디어 행사를 열고 한국 파트너사들을 불렀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국내 생태계에 가져온 긍정적 효과를 발표했다. 특수분장, 색보정, 음향, 특수시각 효과, 더빙‧자막 등을 담당하는 한국 협력사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거나,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 매출을 올리는 협력사다.

이렇다 보니, 이날 행사는 넷플릭스 ‘찬양일색’으로 점철됐다. 미디어 행사임에도, 사전녹화 촬영분을 보여준 후 끝마쳤다. 넷플릭스는 사전 공지를 통해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통 없이 넷플릭스가 강조하고 싶은 성과만 부각해, 긍정적 이미지만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는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와 한국 콘텐츠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이날 공유했다. 이 보고서 또한 넷플릭스 긍정적 측면만 중점적으로 나열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흥행을 통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5년간 약 5조6000억원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약 1만6000명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추정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경제적효과 수치에는 7700억원 투자금액이 포함됐으며, 이중 절반에 달하는 2조7000억원은 콘텐츠 제작‧배급업에서 발생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국내 콘텐츠 가치가 전세계에서 인정받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국감에 서기 전 이같은 일방적인 행사를 열게 된 속셈은 국회 때리기에 대응하기 위한 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넷플릭스에게 지적해 온 부분은 ‘망 사용료’ ‘세금’ 등의 문제다.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해 수익을 얻고 있으니, 이에 따른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며 소송까지 벌였으며, 심지어 패소했다. 항소시기마저 국회 눈을 피해 11월로 미룬 상태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폭증한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8.5%는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73.1%에서 심화된 수치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 1000만TB를 넘어 국내 망 안정성 관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망 무임승차 논란뿐 아니라 세금회피 문제도 이슈다. 넷플릭스는 국세청에서 추징한 800억원가량 세금마저 낼 수 없다는 불복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비를 보존하는 대신 판권과 지적재산권(IP), 해외유통권을 모두 차지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징어게임’ ‘승리호’와 같은 한국 콘텐츠가 아무리 전세계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제작사 등은 추가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 한국 콘텐츠 가치가 커질수록, 넷플릭스 콘텐츠 생산을 위한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넷플릭스 배만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책무를 뒤로 한 채 국내 콘텐츠 생태계 내 상생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회 회초리를 피하기 위한 쇼가 아니라면, 세금‧망 사용료를 포함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상생안을 보여줘야 한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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