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장윤석 티몬 대표가 새 수장으로 자리에 오른 지 4개월 만에 대대적 사업 재편 소식을 발표했다. 그간 수장이 지속적으로 바뀌며 정체를 겪어 온 티몬이 새 출발을 알린 셈이다. 장 대표는 가격 경쟁·빠른 배송 등 효율성 경쟁에서 벗어나 스토리 중심 ‘관계형 커머스’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티몬 새 전략이 위기 속에서 나온 궁여지책에 그칠지 전성기를 되찾아 줄 지 주목된다.
티몬은 플랫폼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콘텐츠’를 택했다. 스토리를 통해 제품 ‘가치’를 보여주면서 고객들을 모으고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그 안에서 성장하는 D2C(Direct to Customer)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장 대표 이력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피키캐스트’로 이름을 알린 모바일 콘텐츠 제작회사 아트리즈 창업자다. 특정 타깃층이 즐겨찾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업계에선 티몬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티몬은 2017년 e커머스 업계 처음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하며 경쟁력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네이버·쿠팡 등 대형 기업들과 정면돌파를 피하면서 티몬이 가진 자산·점유율을 이용해 ‘특색’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한 결과가 콘텐츠인 셈이다. 자취를 감쳐왔던 티몬 고유 캐릭터 ‘티모니’도 마케팅 수단으로 다시 가져왔다.
하지만 티몬은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나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설명은 생략했다. 지난 13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가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익모델에 대한 질문에서도 장 대표는 “수수료는 점점 낮아져 ‘제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AWS)·아마존고를 통해 돈을 버는 것처럼 티몬 역시 다양한 부가사업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 데 그친다.
특히 티몬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재무건전성이 떨어져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1512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631억, 711억원이다. 지난 1분기 프리IPO를 통해 약 3000억 유상증자를 완료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결국 지난 7월 연내 IPO 계획을 철회했다,
티몬 콘텐츠 전략이 업계 반향을 일으킬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장 대표는 틱톡·아프리카TV 등과 협업하고 유튜브 기획 예능, 리뷰형 콘텐츠 등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쟁업체들도 이미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네이버·쿠팡·카카오 등 대형 기업은 각자 방식으로 라이브커머스에 힘을 주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공효진·공유 등 유명 배우들을 내세운 영화 방식 광고 캠페인 ‘공공대작전’으로 주목도를 얻은데 이어 장항준 감독을 캐스팅해 웹예능도 공개했다. 콘텐츠 커머스도 ‘쩐의 전쟁’으로 돌입한다면 티몬이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어려워진다.
티몬이 추구하는 관계형 커머스가 오늘의집·파우더룸·무신사처럼 커뮤니티 기능이 결합 된 모습이라면 11번가가 한발 빨랐다고 볼 수 있다. 11번가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은 상품 후기를 영상으로 올리는 단순 기능이다. 그러나 영상촬영에 자막 편집, ‘쿡방’ 제작까지 영상에 공을 들이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스크롤을 내리며 구경을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짧은 시간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제작된 재치있는 제품 광고 영상들이 넘쳐난다.
장 대표는 “내년 상반기 브랜드들이 티몬과 함께 할 수 있는 강력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전략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제 막 콘텐츠 커머스로 전환을 발표한 티몬이 어떤 성과를 이끌어낼지 판단은 이르다. 관건은 쏟아지는 영상 시대에 티몬이 사용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지, 콘텐츠만 소비하고 이탈하지 않고 구매로까지 이어가게 만들 수 있을지다.
티몬 관계자는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게 되면 단순히 물건을 팔 때와 달리 수수료 비중인 낮아진다”며 “커머스에 콘텐츠를 더해 부가적인 사업을 많이 하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