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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은 미국 콘텐츠”…K-OTT 생존 방안은?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오징어게임을 자꾸 한국 콘텐츠라고 하는데, 오징어게임은 엄연히 미국 콘텐츠입니다. 국내 제작사는 오징어게임을 만들어 공급할 뿐, 넷플릭스는 독점 공급권과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며 대박이 났습니다. 마치 휴대폰 제조사에 납품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사진>은 2일 ‘2021 차세대 미디어 주간’에서 진행된 ‘방송·미디어 미래전략 컨퍼런스’에서 한국이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콘텐츠 하청기지화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는 11월 12일엔 월드디즈니컴퍼니도 자사의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애플TV도 11월 4일 국내에 상륙한다.

이 실장은 “현재 전세계 미디어 시장은 국경 없는 OTT 시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에서 생겨난 OTT들이 미국 레거시 미디어 산업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OTT 기업들조차 잠식당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내에는 티빙과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K-OTT)가 대항을 하고 있지만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국가에선 넷플릭스가 독식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같은 넷플릭스의 성공 모멘텀을 살펴보면, 결국 국내에선 해외 OTT 서비스와의 역차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등과의 소송전에서도 볼 수 있듯 국내 인터넷사업자에게 부담되는 망 이용료, 국내 사업자 대비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점 등이 그 예다.

여기에 국내 IPTV는 자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를 앞장서서 팔아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로컬라이제이션을 통한 한국 콘텐츠의 강화는 결국 넷플릭스의 성장에 힘을 싣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오징어게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오징어게임을 만든 싸이런픽처스는 넷플릭스로부터 250억원의 사전 제작비를 받아 히트작을 만들었지만, 인기와 상관없이 추가적인 인센티브는 받지 못했다.

대신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은 물론이고 주가상승 영향으로 기업가치도 올라갔다. 특히 오징어게임을 바탕으로 굿즈, 게임제작 등 콘텐츠를 통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싸이런픽처스는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작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고, 감독·출연자는 국제적인 명성을 쌓으며 헐리우드 스튜디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국내 OTT에게 더 좋은 컨텐츠 제공을 위한 각성을 하게 만든 것은 덤이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계속돼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플랫폼만 남게 될 경우, 콘텐츠 산업이 위축되고 문화왜곡이나 종속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미디어는 산업이기보다 문화이기 때문에 마냥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일본판 킹덤의 경우, 제목 등에서부터 역사왜곡이나 번역오류 등이 생기고 있는 등 잘못된 정보가 노출되더라도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OTT라고 불리는 국내 플랫폼도 최근 이같은 위기상황을 감지하고 콘텐츠 투자 경쟁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웨이브는 1조원, 티빙은 3년 간 4000억원, 시즌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K-OTT가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국내 미디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특히 사업자는 국내 OTT 간 상생을 위한 협력은 물론 각국 로컬 OTT 와의 연대가 중요하며,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한국 미디어 경쟁력을 위한 규제 완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K-OTT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 동반 성장을 통한 대항마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궁극적으로는 K-OTT의 세계 시장 진출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의 IP나 계약 개선 등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OTT에 국경이 없다는 것은 우리도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며, 결국 현재 상황에서 근원적인 해답은 K-OTT가 글로벌 OTT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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