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뉴욕증시 상장, 이베이코리아 매각, 네이버·이마트 혈맹 등. 올해 e커머스 업계는 굵직한 대형 이슈들과 함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중국처럼 절대적인 1위 사업자가 없는 국내 시장에선 누구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디지털데일리는 e커머스 대격변 시대를 맞아 주요 기업 성장 및 차별화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비대면 수요 증가와 함께 배달주문 앱 시장이 격변기를 거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강구도로 자리잡는 듯 싶었지만 인수전을 끝낸 요기요가 다시 공격적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시장점유율이 언제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 중 한쪽에선 신사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배달주문 앱 요기요를 운영하던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새로운 주인을 맞아 사명을 ‘위대한상상’으로 탈바꿈했다. 위대한상상은 지난달 29일 사모펀드와 GS리테일로 구성된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이하 CDPI컨소시엄)에 인수 완료됐다. 강신봉 위대한상상 대표는 3개월 이상 근속 직원에 ‘월 고정급 200%+근속 공로금’ 지원을 약속했다.
배달주문 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지 채 5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경쟁 구도가 변해왔다. 초기 배달의민족·요기요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쿠팡이츠가 후발주자로 분류됐지만 쿠팡이츠가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음식중개 플랫폼에서 빠른배송 경쟁으로=업계가 추산하는 배달주문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약 60%로 압도적 1위고 요기요와 쿠팡이츠가 나머지 40%를 절반씩 차지하는 구조다. 실상 요기요가 매각 인수 주체를 찾는 사이 이미 쿠팡이츠에 2위 자리를 내줬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쿠팡이츠는 ‘단건배달’ 도입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민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배민 역시 단건배달 ‘배민원’으로 대응에 나섰다.
단건배달 경쟁은 주문 즉시 원하는 상품을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 성장으로 이어졌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가 구상하는 신사업은 모두 빠른 배송 상품군을 넓히는 방향이다. 배달의민족 B마트와 쿠팡 쿠팡이츠마트는 음식 주문 외 동네마트·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을 즉시 배달해준다. 요기요 앱에도 음식점 외 뷰티·반려동물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다. GS25·랄라블라 등 GS리테일 소매점 제품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엔 배달주문 앱에서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역할만 했다면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배달원까지 공급해주는 역할을 안게 된 것. 쿠팡이츠가 경쟁사 대비 짧은 시간 배달 가능했던 이유는 배달원과 자체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배민과 요기요도 아직까진 배달대행업체를 통한 거래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지만 자체 배송 비중을 키우는 게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를 갖고 있던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점유율 90%에 육박해 독과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쿠팡이츠가 단기간 존재감을 키웠다”며 “시장점유율이 뒤집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현재 1위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배달주문 시장도 ‘계획된 적자’?...규제 가능성도 ↑=문제는 단건배달을 두고 펼쳐진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8월 월 주문 건이 1억건을 돌파했다. 배민 측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돌입한 이달에도 주문량이 큰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배달주문은 사람들 사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빨간불’이 켜졌다.
주문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 쿠폰·배달원 프로모션 등 운영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대세로 자리잡은 단건배달이 적자 폭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하지만 기업은 그만큼 더 많은 배달원을 확보해야 한다. 주문이 늘수록 기업이 부담하는 배달료도 증가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요금을 올리지도 못한다.
배민·쿠팡은 단건배달 주문 한 건당 프로모션 요금으로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고객과 점주가 분담)’을 받는다. 건당 6000원으로 주문부터 배달까지 제공하지만 실제 한 건 배달에 들어가는 경비는 그 이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상 요율을 적용할 경우 배민 ‘주문금액 12%+배달비 6000원’, 쿠팡이츠 ‘15%+6000원’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선 배달원 확보가 중요하지만 그 비용을 소비자 혹은 점주들에게 전가할 수 없어 플랫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또 시장 자체가 워낙 급성장 하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과 쿠팡, 요기요가 다음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도 위협이 존재한다. 도심 곳곳에 소규모 물류센터를 설치하고 마트 상품을 15~20분내 배달을 시작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제기된 것. 이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대표적으로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퀵커머스를 소매업종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퀵커머스 사업자들도 대형점포와 마찬가지로 상권영향평가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이동주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퀵커머스 단어 자체가 통용되지 않았고 관련 서비스는 B마트가 소규모로 운영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 쿠팡·GS리테일 등 많은 기업들이 진출했다”며 “이런 흐름으로 서비스가 확대되면 유통 대기업들도 모두 뛰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고 골목상권이나 중소 유통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