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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으니 안 내” 넷플릭스 ‘망사용료 배짱’에 법제화 필요성 대두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는 한국의 입법 절차를 존중한다.”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우리 국회에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 대상 망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날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구축한 CDN 서비스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통해 ISP의 트래픽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ISP에 망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수차례 견지했다.

하지만 한국 국회에서 글로벌 CP에도 망사용료 의무화를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를 준수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결국 글로벌 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앞세워 국내 기업과의 망사용료 등 협상에 응하지 않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대형 CP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대표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망의 구성과 트래픽 발생량 등을 고려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망의 연결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무총리와의 정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그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망사용료 부과 문제 등을 총리가 챙겨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CP의 망사용료 회피 논란은 문 대통령은 물론 여야 모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어서 추후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실제 야당 측에선 김 의원의 법안을 과방위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넷플릭스 측은 다급해진 모습이다. 가필드 부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정부와 국회 설득에 나섰다. 지난 2일부터 김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3일 국회를 찾아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박성중 과방위 간사, 그리고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낸 김영식 의원 등과 차례로 회동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날 이원욱 위원장과 김영식 의원 등과의 만남에서 망사용료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소송 중이지만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술적 협력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뜻 ‘비용을 낼 생각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선 OCA라는 ‘기술적 협력’을 위해 비용을 낼 생각이 있음에 더 방점을 찍은 답변으로 풀이된다. 즉, 국내 ISP에 망사용료를 내기보다 자체 CDN인 OCA에 더 투자하겠다는 얘기를 에둘러 말한 것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도 가필드 사장은 “최신 기술의 도입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정한 망 사용료 책정과 거둬들인 망 사용료의 공정한 사용에 대해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법안 통과에 대한 우려가 읽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필드 부사장은 앞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이용대가 분쟁을 중재하던 방통위의 재정 절차를 패싱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한국에는 망 사용료에 대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다만 그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법이 생길 수 없다거나 입법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갈등은 몇 년 전부터 계속돼 온 것이고 심지어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해결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이 입법 조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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