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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못 잡는 N번방 방지법…실효성 도마 위

임재현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꾸준히 실효성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N번방 사건의 무대가 된 텔레그램이 정작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부작용만 일으키는 유명무실한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N번방 방지법은 1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적용 대상은 연 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업자다.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전 3개 사업연도 연평균 매출액 3%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적 검열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공개된 채팅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했다. 이 기준으로 성범죄 온상으로 지목되는 텔레그램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텔레그램은 사적 대화방이며, 국내 법인도 없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이용자 사이에서는 "텔레그램으로 앱을 옮기자"는 역설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적 대화방은 제외했다"며 "영상 내용을 심사하지 않는다. 영상 특징을 추출해서 DNA로 변환해 비교하기 때문에 검열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사적 대화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도, 사전검열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서버 부하만 일으킨다는 주장 등 해당 법안에 관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 영상을 올리면 자동으로 기계적인 필터링 과정을 거친 후 게시가 완료된다. 대부분 이용자는 여기에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모든 콘텐츠가 사전 검열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카카오는 "오픈채팅방에서 게시되는 콘텐츠는 카카오가 함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이용한다. 영상 형식이나 제목, 길이, 화질 등 특징을 고유값(DNA)으로 변환한 후, 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불법촬영물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특징정보만을 추출해 단순 비교한다.

최근 이슈가 됐던 고양이 동영상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사진상 문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동영상 업로드 시 방심위에서 심의·의결된 불법 촬영물에 해당하는지를 기계적으로 필터링하는 과정에서 안내되는 문구이며, 확인 결과 해당 콘텐츠는 차단된 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기존 DB와 대조해 필터링하는 방식으로는 새로 제작된 성 착취물 등은 검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제기된다.

이에 김미정 방통위 인터넷윤리팀장은 "법안 핵심은 불법 촬영물 재유포를 막는 데 있다"며 "새로운 불법 촬영물 대응에 대해서는 이용자 신고나 사업자 모니터링 등 자율 규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방식은 모든 게시물이 올라가기 전 필터링을 거쳐야 하는 형태로, 사업자 서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미정 인터넷윤리팀장은 "물론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져야 할 의무가 우선된다"며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이 가중되는지는 시행하면서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법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표현·언론의 자유는 좋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엔 한계가 있다. 합의했으면 합의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여야가 합의한 법인데도 국민의힘은 남 탓을 한다"고 국민의힘을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통신 비밀 침해 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N번방 방지법은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 공포를 안겨준다"며 재개정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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