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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키운다더니…돌아온 건 '지원' 아닌 '지연' [IT클로즈업]

김도현
- 반도체 특별법 연내 제정 무산…지역주민 반발에 막힌 기업 투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한 지 8개월째. 국내 기업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고 관련 법안 마련이 늦어지는 탓이다. 주요국이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특별법’ 제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올해 마지막 날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반도체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7월까지 반도체 특별법 발의하겠다고 나섰으나 10월 말에야 이뤄졌다. 이후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나오면서 입법 속도가 더뎌졌고 기업이 요구한 인재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연내 제정은 무산됐다.

정부는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K-반도체 벨트 조성 ▲인프라 지원 확대 ▲반도체 성장기반 강화 ▲반도체 위기대응력 제고 등 4가지를 내세웠다. K-반도체 벨트의 경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핵심축으로 꼽혔다.

해당 클러스터는 기반 인프라 1조7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 등 122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다. 산단 내 4개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연내 착공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일부 인허가, 주민 토지 보상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하천·도로 등 기반시설 점용 인허가 협의를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주민들로 이뤄진 연합비상대책위원회가 헐값 보상 중단 요구에 나서 내년 1분기 착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8일 청주시가 발전소 건축을 허가했지만 지역주민 반발이 거세다. 관련 단체 회원들은 환경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램테크놀러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반도체 회로를 깎거나 웨이퍼 세정에 쓰이는 불화수소를 생산한다. 작년 2월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에 신공장을 짓기로 했다. 완공 시 생산능력이 5~6배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역주민 반대로 여전히 공사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당진시는 신공장 건축 불허가를 통보했고 충남도청은 램테크놀러지의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램테크놀러지는 투자 기간 종료일을 2021년 12월31일에서 2023년 6월30일로 연장했다.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재차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올해만 인텔 TSMC 삼성전자 등 투자를 이끌어냈고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동안 정부 지원은 사실상 전무했다. 기업에 실질적으로 힘을 줄 수 있는 정책 마련 및 이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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