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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ESG진단④] 2% 아쉬운 지배구조…과제는 독립성·투명성 확보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글로벌 사업모델을 채택한 국내 게임사가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 치고 나갈 대표 기업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배구조(G, Governance) 부문마저 ‘A+(AA)’를 받은 국내 상장 게임사는 없었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KCGS)가 시행한 ESG 평가에서 국내 상장 게임사 9곳의 평균 등급이 가장 높았던 부문은 지배구조다. 하지만 ‘A’를 받은 곳은 3곳에 불과하다.

KCGS ‘2021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NHN은 A를 받았다. 위메이드와 컴투스, 더블유게임즈, 웹젠은 ‘B+’를 받았고, 펄어비스는 ‘B’, 넥슨지티는 ‘C’를 받았다.

◆9곳 중 가장 낮은 등급 받은 넥슨지티…이유는=ESG 위험과 기회는 산업과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기업을 획일적 잣대로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KCGS나 MSCI 등은 주요 기준을 설정해 지배구조 부문을 평가해오고 있다. ▲ESG 조직 유무 ▲경영진 및 기업 이사회, 내부 위원회 ▲회계와 세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업 경영 요소를 검토한다. 여기엔 기업이 가진 주주 친화적인 면모도 체크된다.

먼저 ESG경영 관련 주요 정책사항 심의·의결 조직 보유 기업은 9곳 중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컴투스, 넷마블 등 4곳뿐이다.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종인 국내 증시 상장 기업 37곳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얼마나 적은 숫자인지 알 수 있다.

모든 기업에는 이사회가 있다.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법령 또는 정관에 정해진 사항, 주주총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 회사 경영 기본방침 및 업무집행에 관한 중요사항을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로, ESG 등급 평가 기관에서 중요하게 보는 대목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고,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이사회 의장은 대표를 겸임하지 않는다. 정우진 NHN 대표 또한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지 않는다.

이사회 내 기업 회계와 업무를 감사하는 감사위원회(감사위)는 엔씨소프트, NHN, 넷마블, 웹젠, 더블유게임즈가 갖추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곳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뿐이었다. 사추위 구성은 총수를 제외한 사외이사로 전원 구성돼 있었다.

KCGS 모범규준에서는 임직원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보상위)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9곳 중 엔씨소프트, NHN, 넷마블, 컴투스만 보상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 비율이 71.4%로, 9개 게임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넷마블은 60%, NHN은 50% 순이었다.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펄어비스와 넥슨지티로, 두 곳 다 25%였다. 감사위나 보상위, 사추위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평가등급이 B와 C로 나뉜 결정적인 이유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여부, ESG 경영 전담 조직 유무 등으로 갈린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는 정경인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고 있지만, 넥슨지티는 신지환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또한 펄어비스는 지난해 6월 ‘ESG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며 코스닥 상장 게임사 최초로 ESG 경영을 위한 선제적 움직임을 보였다. 넥슨지티는 ESG 경영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이 없다. 모회사인 넥슨코리아는 ESG 경영을 위한 조직 구성을 검토 중이다.

◆일부 게임사, 지배구조 ‘A’ 등급 미달…제고 노력 필요=지배구조에서 B+ 이하를 받은 게임사는 각기 다른 이유로 A에 올라서지 못했다. 이는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총수가 이사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더블유게임즈였다. 이곳 최대주주는 김가람 대표로, 보통주 740만주(지분율 약 40.3%)를 갖고 있다. 김가람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B+를 받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영 웹젠 대표는 보통주 15만7262주(지분율 약 0.45%)로 최대주주가 아니지만, 웹젠 또한 김태영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컴투스, 위메이드는 감사위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 컴투스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 사외이사가 장기재직(6년 초과)한 경우는 9곳 중 위메이드가 유일했다. 다만 3연임한 박진원 사외이사는 오는 3월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앞서 언급된 7곳과 달리 전자투표제를 도입·시행하지 않고 있다. 주주권리 보호 평가점수가 낮을수록 기업 총 위험 및 체계적 위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주주 친화 정책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ESG에서 G가 끝을 맺고 있는 건, 환경과 사회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을 지라도 지배구조가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그만큼 균형적인 등급 관리가 필요하다. 전 산업에 ESG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게임업계 또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제공하는 ESG 평가모델(MSCI ESG Rating)에서 지난해 12월 A를 받기도 했다. 이는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하다.

MSCI ESG 등급은 선두(AAA, AA), 평균(A, BBB, BB)에서 후발(B, CCC)까지 다양하게 나뉜다. 넷마블은 지난해 6월 기준 ‘BBB’를 받았다. MSCI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기업 지배구조 부문에서 ‘ESG Leader(리더)’로 분류됐지만, 탈탄소 관련 목표 부재로 환경 부문에서 ‘ESG Laggard(정체)’ 평가를 받았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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