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늘(27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사업장에서 인명 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강화된다. 단 개인사업자나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은 2024년까지 적용을 유예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했을 때를 의미한다. 배달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단 법 적용 체계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세부적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주문 앱과 바로고·생각대로 등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배달 라이더가 사고가 났을 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이들은 소비자와 음식점,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라이더를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만 할 뿐 배달 라이더와 직접 계약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받는 기업은 단 세 곳?=배달업계에서 배달 라이더를 보호 대상으로 삼고 사업 전반 안전을 책임질 사업주는 어디일까. 우아한청년들(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서비스(쿠팡이츠), 플라이앤컴퍼니(요기요) 등 배달주문 앱 자회사들과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이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배달 라이더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으로 포함되는 곳은 실상 배민·쿠팡·요기요 자회사 세 곳에 국한된다. 이번 법안은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영세 사업자들이 많은 지역 배달대행업체엔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다. 배달 라이더를 수십~수백명 보유하고 있더라도 상시근로자 수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법에서 제외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속 라이더 수가 많아도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면 법 적용이 제외된다”며 “법안에 상시근로자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숫자를 포함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 사고 시 식당 사장님도 처벌 대상? 배달대행업체 대표?=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서 가장 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처벌을 받는 대상이다. 법령에선 책임주체를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 책임자 혹은 개인사업주로 정의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배달 라이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자신들이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만약 자영업자들이 배달 중개 플랫폼을 통해 라이더에게 위탁하는 형태라면 책임 범위는 보다 명확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행한 경우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역시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영세업자들은 제외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가 음식점에서 픽업을 할 때 그 장소에 여러 안전조치가 미비해 사고가 났다면 책임져야 하겠지만, 배달을 가다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땐 그곳이 사업주가 운영·관리하는 장소가 아니므로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대행 업체 책임 범위 및 도로 위 교통사고 시 처벌은?=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여전히 논의 지점은 남아있다. 식당 점주는 플랫폼을 통해 라이더들에게 위탁한 형태로 제5조 법령에 따라 해당 장소·시설만 관리하면 된다. 하지만 지역 배달대행업체(배달주문 앱 자회사 포함)들은 라이더들에게 위탁하면서 동시에 계약을 맺은 관계다. 이 경우 배달 라이더를 배달대행업체 직접적 종사자로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사업 특성 및 규모를 고려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 법안 5조에서 ‘시설·장비·장소’ 등 구체적인 범위를 지정했지만 4조에선 해석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즉 배달 라이더가 특수고용 형태더라도 이들과 계약을 맺고 노무를 제공 받은 배달대행업체가 종사자들을 위한 의무를 이행해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접 계약 관계에 있는 경우 위탁을 주는 것이긴 하지만 직접적 종사자가 될 수도 있다”며 “아직 이들에 4조를 적용할지 5조를 적용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배달 라이더 사고 다발 지역인 도로 위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또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도급·용역·위탁을 줬을 때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에 책임을 지는 건데 그렇지 않은 장소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건 과잉”이라며 “사회적 논의가 돼서 법 개정이 됐을 때 그에 따르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