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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대선]③ 뒷북 공약은 그만 : 이재명·윤석열 ‘복붙’ SW 공약

이종현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공약을 바탕으로 각자의 이념과 성향,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유독 차이점이 없는 분야가 있다. 소프트웨어(SW) 관련 공약이다.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모두 디지털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당한 투자를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경우 뚜렷한 SW 공약을 제시하진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AI 산업을 강화하고 전 산업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클라우드, 블록체인, 양자정보통신기술, 3D 프린팅 등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을 상징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랜드마크 ‘ICT 뮤지러리’ 건립이나 디지털 경제를 위한 전략기구 신설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경제 6대 실천전략으로 AI 산업 육성, SW 산업 발전, 고도화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디지털 융합산업 지원, 사이버 안전망 구축 등을 제시했다. 정부가 연간 10조원 규모로 공공SW 혁신 제품을 구매하고 일원화된 사이버 대응 체계 구축 및 사이버보안 인재 10만명 양성과 가상공간에서 사이버공격 및 방어 훈련이 가능한 사이버보안 훈련장 운영 추진 계획도 밝혔다.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공약. 내용상 유사하다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공약. 내용상 유사하다

각 후보가 저마다의 공약을 내놨으나 큰 틀에서 디지털 전환에 우호적이고 상당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데서 일치한다. 발표자를 지운 채 공약만 본다면 어느 후보의 공약인지 알아채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대선에 앞서 SW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14개 SW 관련 협단체로 구성된 SW단체협의회는 지난 12월 산업계가 요구하는 ICT 정책 제안서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각가 제출했다. 100만 SW 인재 양성 및 SW 가치 인정, 클라우드 활성화 등 5대 분야 10대 요구사항이 담겼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제안서를 적극 반영, 공약에 녹였다. 후보들의 SW 분야 공약 변별력이 옅어진 이유다.

문제는 후보들이 제시하는 SW 관련 공약 내용 대부분을 현 정부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부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나 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도 현 정권에서 이뤄졌다. SW 인재 양성, 디지털 격차 해소,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등은 현 정부에서도 역점을 두고 있는 영역이다.

또 공약의 근간이 된 산업계 요구 중 상당수가 최근 생겨난 것이 아닌, 10여년도 전부터 줄곧 요구돼 온 내용이다. 그동안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정치권이 대선이 다가오자 SW 공약을 내놓다 보니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공약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는 중인데, 이는 SW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치가 제시되지 않은 추상적인 영역이 많다 보니 설령 당선되더라도 해당 공약이 이행됐는지를 판별하기도 어렵다.

SW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공약이 나오기는 어렵다. 산업계나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고 숙성된 내용들이 공약으로 발표되기 때문”이라며 “공약에서 변별력이 없다면 실천 가능성이나 규모 등으로 차이점을 둬야 하는데, 두 후보 모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SW 공약 만으로는 후보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각 후보가 ‘뒷북 공약’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치, 거기에 필요한 재원 규모와 해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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