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메타버스, 금융과 이종 산업 간 융합 용광로 될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들의 메타버스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은행들이 이른바 ‘디지털 전환’은 물론 ‘탈 금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거래의 주도권이 계좌기반의 은행에서 빅테크 기반의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라는 테스트베드를 은행들이 어떻게 소화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미래 디지털 뱅킹 시장의 판도도 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은행 역시 메타버스 자체를 혁신적 영업채널로서 새로운 금융 플랫폼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자체 구축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메타버스(가칭)’의 1차 대고객 베타 서비스 시행에 나섰다. ‘신한 메타버스’는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확장·연결해 가상의 공간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갖고 개발되고 있으며, 블록으로 구성된 보드를 다양한 형태로 이어 붙여 맵을 구성함으로써 향후 콘텐츠 추가에 따라 지속적인 공간 확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KB국민은행도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 내에 KB금융타운 베타버전을 만들어 가상영업점과 금융을 접목한 게임을 론칭했다. 가상영업점은 로블록스에 금융서비스의 접목 가능성을 검증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주식시세 등 외부 정보 연계,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KB화상상담서비스와 모바일브랜치의 연동, 아빠에게 용돈 조르기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농협은행도 핀테크 전문기업 핑거와 손잡고 금융기반 메타버스인 독도버스 클로즈베타(CBT)를 시작했다. 독도버스는 NH농협은행이 메인스폰서로 참여한 금융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사전가입자는 독도버스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고, 퀘스트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사전가입자는 NH농협은행 독도지점 방문도 가능하다. NH농협은행 독도지점은 메타버스내 구축되는 유일한 사이버지점으로 다양한 금융지식 및 관련 문답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올원뱅크와의 연동을 통해 독도지점만의 차별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4월 2일 오픈 예정인 싸이월드의 클로즈베타 버전인 ‘도토리 원정대’를 통해 ‘미니룸’ 싸이월드 전용 상품을 소개하는 한편 메타버스 기반 가상 영업점 ‘IBK도토리은행’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서울옥션과의 협약을 통해 NFT, 메타버스 플랫폼 등 아트 연계 뉴비즈 발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들의 메타버스 진출은 스스로 탈 금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데서 주목된다. 특히 독자적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로 인해 플랫폼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낀 금융사들로선 메타버스라는 신세계는 빅테크와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한다.

실제 신한은행은 메타버스 시범 서비스에 나서면서 “은행에서 만든 것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은행의 메타버스’가 아니라 ‘메타버스 중 하나의 은행 서비스’이라는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아직 메타버스에 관해 별도로 제정되거나 메타버스를 직접 규정하고 있는 국내 법률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관건이다. 메타버스는 아직 법 해석의 불확실한 영역에 놓여 있는데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는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 최근 음원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서비스에 대해 금융 당국이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거래를 증권성 거래로 볼지 논의 중으로 법이나 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신사업에 대한 위험성은 디지털 시대에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금융 메타버스 플랫폼과 법적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에서의 금융거래이지만 거래의 대상은 현실의 금융상품과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별도 라이선스나 규제 등이 신설되기 보다는 현행 법률 테두리내에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선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단계라 스마트폰 환경에서 구현되고 있어 모바일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와 기술 측면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어 좁게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적 장치로 보거나 넓게는 그 운영체제전반에 대해 전자금융기반시설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흐름에 맞춰 법제도의 조속한 정비가 선행돼야 기업들도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