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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바뀌는 과학기술부처…차기정부 거버넌스 방향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과학기술 담당 부처는 그동안 많은 형태를 거쳤지만, 10년씩 15년씩 조직이 지탱된 적이 없다. 과연 조직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잘 될 수 있었는데도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건지, 우리는 그조차 모르고 있다.”

고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은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선도국가를 위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그동안 과학기술 관련 부처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가 도입되며 지위가 격상됐다가 이명박 정부 때 부총리직이 폐지되고 교육과학기술부로 묶여 정책이 분산됐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를 거쳐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름을 바꾸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한 데 모았다.

고진 협회장은 이 점을 지적하며, “그간 과학기술계에서 강력히 주장한 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지 않는 거버넌스와 흔들리지 않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려면 권력에 의한 변동폭을 최소화하는 게 문제지, 조직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인선’과 ‘분권’ 두 가지라는 게 고 협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인선이 최고권력이 선임하는 인선이냐, 과학기술계가 추천하는 인선이냐가 중요하다”면서 “조직이 어떤 형태든 위원회 인선을 과학기술계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학기술계가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가려면 결국 자리가 아닌 권한을 내려주는 분권화가 중요하다”며 “과학기술부총리를 도입한다 해도 예산 권한이 없으면 결국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전 과학기술부 차관)는 “거버넌스의 출발점은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과 관심이고, 중요한 것은 민간이 혁신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끔 정부가 도와주는 형태의 미래 기획을 짜는 것”이라고 봤다.

차기정부를 구성하게 될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설립을 공약한 상태다. 하지만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대선후보 시절 과학기술부총리 도입을 약속했고 윤 당선인이 통합 정부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인수위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영일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단순 행정부처로서의 의미가 아닌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을 실천하는 곳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면서 “현 30조 연구개발(R&D)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 전체를 봤을 때 100조의 예산을 구상하는 과학기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부총리 도입에 대해서는 “R&D부터 기술 사업화, 산업 육성, 인력 양성 등을 부총리가 폭넓게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예산담당 부처(기획재정부)의 권한 포기, 자율성 강화가 중요한 부분에선 집행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과학기술 거버넌스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윤지웅 경희대 교수는 “조직 하나를 바꾸고 그 조직이 완전히 자리잡는 데는 경험적으로 2년여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금의 융합 환경을 생각한다면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조직을 분해하는 것은 현장의 불확실성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는 있지만 제대로 작동이 안 된 것일뿐이고, 조직을 붙였다 뗐다 하는 건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조직이 윤 당선인이 공약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각각 양쪽 귀가 되어서, 자문회의는 민간 얘기를 잘 듣고 위원회는 그걸 잘 추진할 수 있는 집행 기능을 주는 게 맞다”고 봤다.

이주연 아주대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부총리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과학기술혁신본부를 편성해서 집행과 예산 자율성을 반드시 부여해야 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해 고등연구 등 미래 과학기술 비전과 전략을 주도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전문가 중심의 실용과학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과학기술부총리를 만들어야 한다면 다부처 연계형 거대담론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논쟁 없는 일방적 탑다운 기획이 아닌 전문가 중심 정책 수립이 돼야 하며, 부처 입맛에 맞게 사전검열되지 않는 연구성과 실용화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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