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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적 규제를 지금까지”…유료방송 없어질라

백지영

사진제공=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진제공=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은 이용자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 적용되던 낡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2년 제2차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OTT가 미디어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혁신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부터 면허 기반의 강한 규제가 적용돼 온 국내 방송산업은 지난 2008년 IPTV 도입으로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가열됐다. 이후 글로벌 OTT가 미디어 시장으로 진입하며 오히려 유료방송 및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이 가속되며 시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노 위원은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OTT로 인한 코드커팅 등의 현상이 일어나진 않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해오던 VOD 시장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즉,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것은 2016년인데, VOD 매출 감소는 OTT에 의한 부분적인 대체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광고 매출 역시 크게 감소하며 전체 방송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작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광고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는 “현재의 방송법 체계는 아날로그 시대 적용되던 낡은 규제와 이로 인한 경직성,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유료방송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로 ▲자율성 증진 ▲유료방송 산업 가치 제고 ▲유료방송의 공적가치 강화 등을 꼽았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 기술중립성 도입, 유료방송 인허가 체계 효율화, 채널 구성 자율성 강화, 콘텐츠 투자 활성화 기반 마련, 지역서비스 활성화, 요금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특히 케이블TV SO 지역채널에 지역성 구현범위가 제한돼 있어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 대해선, ‘해설·논평’ 및 ‘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방송 프로그램의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함께 경직된 요금규제로 유료방송 사업자가 서비스 구성을 하는데 제약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이용자의 선택권도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약관 및 요금변경을 ‘자기완결적 신고제’로 변경하고 VOD 이용요금 인상을 신고제로 전환할 것으로 제안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참가자들도 이같은 유료방송 규제 개선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윤용 LG헬로비전 전무는 “OTT 내지 새로운 서비스 등장으로 방송 자체가 상당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중에서도 케이블TV(SO)가 가장 큰 위기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특히 SO의 경우, 특히 약점으로 꼽혔던 부족한 서비스 권역제한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민 상생, 지역민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및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되고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역채널의 역할을 충실히 나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역할을 재배치하기 보다는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시장 변화의 속도를 규제가 따라갈 수 없다”며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에 규제 수준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방송의 공적책무에 대한 정의와 함께 자율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사업자가 시장성과를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제작사 중심의 세제지원을 의사결정자인 제작 투자자까지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IHQ 총괄 사장은 “콘텐츠 규제를 타파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깨부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HQ는 이달 중 OTT 플랫폼 ‘바바요’를 런칭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국내 OTT와 글로벌 OTT와 규제가 너무 크다”며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는 자국에서 30%의 투자세액공제를 받는 반면 국내 OTT는 방송심의위원회에서 3주동안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 참석한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유료방송의 규제를 최대한 없애 영업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선 입법예고를 지난 2월말에 마쳤으나,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지연돼 상정은 못하고 있다”며 “규제를 없애는 것과 함께 산업 진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새 정부에선 디지털 미디어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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