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넷플릭스發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 한미 통상마찰 가능성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미국 정부가 국내 발의된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에 대해 공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법안이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이것이 한미 통상마찰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간한 ‘2022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우리 국회의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 제정 움직임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여러 국회의원이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국제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만약 미국의 CP가 비용을 지급하면 한국의 경쟁업체에 이득을 주게 된다”며 “미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입법부의 노력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로 거론된 법안은 전기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가 망 이용대가 지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의무화 하는 등의 내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일례로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해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부가통신사업자가 망 이용 계약시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USTR은 이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넷플릭스 등 자국 기업이 한국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양국간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특히 국내 기업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문제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내국민대우’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란 주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내국민대우란 국가가 타국민에 대해 자국민과 차별없이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관점에선 국내외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들이 내국민대우를 위반하는 차별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문제로 법정 싸움 중인 넷플릭스를 두고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위해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권창범 법무법인 인 변호사는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은 국내외 불문 모든 사업자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국민대우를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해외 사업자만 망 이용대가를 내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앞서 비슷한 통상마찰 논란이 벌어졌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도 예가 될 수 있다. 미국 USTR은 당시 우리 국회가 추진했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펼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권 변호사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이용대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다 보니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면서 “망 이용대가 중심의 원포인트 개정보다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전체적인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와의 소송에서 SK브로드밴드 측을 대변하고 있는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의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강 변호사는 “과방위 법안들은 해외 기업에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법안들이 주장하는 것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이 시장 협상력을 남용해 망 이용대가라는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해당 법안들은 넷플릭스 같은 해외 사업자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법 자체를 ‘넷플릭스법’이라고 부를 만큼 특정 기업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구 변호사는 “기존에 없었던 망 이용대가라는 개념을 법제화 함으로써,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또한 ISP로부터 새로운 요금을 부과받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