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웹젠 노조 “깜깜이 연봉협상 멈춰야”…사측 “협상 재개 원해”

왕진화
-18일 웹젠 노조 기자회견…“파업이란 선택지, 게임업계 근무환경 바꿀 것”
사진=왕진화 기자
사진=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제대로 된 게임 업데이트를 위해 사람을 뽑고자 하면 ‘이 돈으로는 사람을 못 뽑는다’는 조직장 한탄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18일 중견게임사 웹젠의 노동조합이 김태영 대표에게 소통을 요구했다. 이들은 웹젠 실적에 맞는 연봉인상을 촉구하며, 평균의 함정으로 이뤄지는 깜깜이 연봉협상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지부/정보기술(IT)위원회/웹젠지회는 경기도 판교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월2일 쟁위행위를 예고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웹젠은 매출로만 보면 누구나 선망하는 IT업계 꿈의 직장 같아 보인다”며 “그러나 웹젠 노동자는 회사에서 절대 존중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웹젠 노동자가 ‘평균 임금’이라는 꼼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영준 수도권지부장은 “댐에 빗물이 모이면 수문을 조금씩 열어 물을 흘려보내야 모두가 살 수 있다”며 “수문을 개방하지 않고 가둬두기만 하면 물은 넘치고 독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평균 임금 인상을 내세울 거면 평균을 낸 임금을 임원, 직원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게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이 18일 웹젠지회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노영호 웹젠지회장. 사진=왕진화 기자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이 18일 웹젠지회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노영호 웹젠지회장. 사진=왕진화 기자
서승욱 카카오지회장(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부지부장)은 현재 임금 교섭 진행 상황에 대해 “올해 카카오지회에서는 계열사 8곳과 임금 교섭을 진행했고 7곳에서 합의했다”며 “IT위원회 전체로 넓혀보면 30여곳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교섭이 결렬된 것은 웹젠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섭이 체결된 곳은 수익이 많은 대기업이어서, 혹은 임금 인상률이 높아서가 아니다”라며 “한해 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웹젠보다 수익이 적은 회사도 많지만 노사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승욱 지회장은 웹젠이 노조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웹젠이 평균 2000만원을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 지회장은 “웹젠지회는 노조 설립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노조 활동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웹젠은 노조 사무실도 없고, 회사와 교섭을 사내에서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와 소통이 중요한 게임사에서 노조를 대하는 태도는 정작 불통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웹젠지회 구성원 뿐만 아니라 오세윤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지회장, 신명재 스마일게이트수석부지회장, 배수찬 웹젠지회 교섭대표(넥슨지회장), 김기홍 한글과컴퓨터지회장, 박종현 포스코아이씨티(ICT)지회장 등도 함께 하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노영호 웹젠지회장은 파업에 이르게 된 데에 대해, 누구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웹젠이 보다 더 많은 인재를 품게 되면 더욱 좋은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지회장은 “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주변 기업과의 연대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파업이 진행되기 전 최대한 임금 교섭이 마무리되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배수찬 교섭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배 교섭대표는 “웹젠지회는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며 “노사 간 파국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웹젠 노동자 요구는 단순하다”며 “정당한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웹젠 관계자는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조와의 대화는 언제든 가능하도록 열어놓았으니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간 협상이 재개됐으면 한다”며 “협상이 진행될 경우 노조가 성실히 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