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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공작원 지령 받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 현역 장교와 군사기밀 유출 시도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은 한 가상자산거래소 대표와 우리 군 현역장교가 군사기밀을 유출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이들은 군사2급 비밀인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을 시도했다가 불발됐지만, 대포폰을 통해 일부 군사기밀을 촬영·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역 군 장교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 연루 충격=현역 군 장교가 직접 간첩행위를 하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거래소 대표가 연루되면서 관련 업계는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간첩행위를 도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신고수리 된 거래소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첩보를 인수, 민간인 A씨(38)와 현역 대위 B씨(29)를 동시에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6년여전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북한 공작원을 처음 알게됐고, 지난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두 차례 걸쳐 비트코인 등 약 7억원 가량 가상자산을 받은 후 포섭됐다고 보고있다.

경찰은 지난 2월 3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첩보를 입수,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같은 달 A씨 대상 통신영장 집행 등 3차례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

공작원 신원에 대해 자세하게 밝혀진 바는 아직까지 없다.

A씨는 군사기밀 탐지에 필요한 현역 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고, 2021년 8월 가상자산 대가 지급을 조건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장교 포섭에 나서왔다.

한 차례 실패한 A씨는 지인 소개로 만난 B씨에게 포섭돼 이후 북한 공작원에게 4800만원 상당 비트코인을 받고 포섭됐다.

이들은 체포 직후 처음에는 간첩 혐의를 부인했지만, 제시된 증거에 결국 시인했다. 추가 자백 없이 증거로 제시한 내용만 현재까지는 인정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체포한 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송치했고, 검찰은 A씨를 구속 기소했다. 현역 대위인 B씨는 안보사에서 구속된 후 군 검찰로 이첩됐다.

◆간첩행위는 어떻게 이뤄졌나?=우선 A씨는 올해 1월쯤 북한 공작원 지령에 따라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후 B씨에게 가공인물명의로 택배를 발송해 전달했다. B씨는 군부대 안에서 이 카메라로 군사기밀을 촬영하려고 했지만, 여의치않아 대포폰으로 군사기밀을 촬영했다.

A씨는 올해 1월에서 3월쯤 북한 공작원 지령에 따라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이하 KJCCS) 해킹을 시도했다. KJCCS는 전·평시 군 작전지휘 및 군사기밀 유통에 사용되는 전산 체제다. A씨는 KJCCS 해킹 목적으로 USB 형태 해킹 장비 관련 부품을 구입하고 조립한 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이 원격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북한 공작원과 A·B씨는 철저한 보안을 위해 텔레그램 메신저로 지령을 주고 받았다.

국가안보지원사령부는 "이번 사건은 북한 해커에서 포섭된 최초의 현역 군인 간첩혐의 사건으로 군에서 사용중인 전장망이 해킹됐다면 대량의 군사기밀이 유출돼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라며 "경찰과 유기적 공조 수사를 통해 사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었고, 향후에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국방부 검찰단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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