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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헬스케어’ 겨냥한 네이버-카카오, 공략법은 다르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GIA(Global Industry Analysts)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525억달러(한화 약 194조117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성장률 18.8%로 성장해 2027년 5088억달러(647조651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전세계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70조원을 넘어섰다. 아마존은 미국 원격의료 1위 기업으로 꼽히는 텔라닥헬스와 손잡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음성인식 기술기업 뉘앙스를 인수하고 의료상담서비스 등 헬스케어 영역을 확장한다. 구글과 애플도 헬스케어 산업을 눈독들이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미국‧중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차세대 신사업으로 떠오르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네이버는 거대한 기술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제2사옥 ‘1784’ 내 사내부속의원 ‘네이버케어’를 구축하고,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고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곳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할 카카오헬스케어 법인을 만들었다.

헬스케어 분야는 의료계와 연관 있다 보니, IT기업이 의료 관련 혁신서비스를 대중적으로 전파하는 데 허들을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헬스케어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코로나19 계기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등이 가능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 등은 의료계와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온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윤석열 당선인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어 규제 완화 기대감도 맴돌지만, 전통산업 종사자와의 이해관계 조율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헬스케어 신사업을 놓고 다른 접근법을 채택했다. 국내에서 네이버는 기술개발과 의료 보조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택시(현 카카오T)‧카카오뱅크 같은 성공사례로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네이버는 기존 산업과의 갈등 소지가 있거나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사업의 경우, 우회 전략을 취해 왔다. 예를 들어, 커머스 사업을 전개할 때 소상공인 ‘상생’을 내세워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 오히려 생태계를 키웠다. 네이버페이를 다방면에 활용하고 있는데다, 네이버파이낸셜까지 자회사로 있음에도 인터넷전문은행엔 진출하지 않았다. 이같은 기조가 헬스케어에서도 이어진다.

관련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라는 회사는 사업 진출에 원칙이 있다. 글로벌로 갈 수 있는지, 인터넷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면서 제일 잘 할 수 있는지를 본다”며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하지 않는다. 금융권과 빅테크 사업자 간 갈등에서 한 발 물러날 수 있었던 것도, 고루하지만 멋지다고 생각한 사업 원칙 때문이다. 이 원칙은 헬스케어에도 적용되면, 기술적 의미가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물론,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을 통해 원격의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일본 원격의료 규제 안에서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원격의료를 비롯해 헬스케어 사업 관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기술 개발 쪽으로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네이버는 1784 사옥 내 300평 규모 사내부속의원을 세우고, 헬스케어 기술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겼다. 클로바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해 기존 병원에서 불편했던 점을 간소화했다. 환자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면, 인공지능(AI) 기술로 그에 따른 진찰 사항이 의료용어로 자동 변환, 전자의무기록(EMR)에 기록된다. 병원 내방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클로바OCR(CLOVA OCR) AI요약 기술로 서로 다른 형태 과거 검진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항목을 분류, 정리, 분석해 이력관리 및 적절한 검진을 추천한다. 진료 후 결제 단계에서도 클로바 페이스사인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페이스사인은, 2~3m 전부터 얼굴을 인지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인식할 수 있다. 또, 임직원들이 근무하며 체계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각종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순천향대학교와 건국대 등과 협약을 맺고, 기존 의료진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와 비교해 전통산업과 갈등소지가 있더라도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좀 더 많은 국민들이 편의성을 느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카카오T가 대표적이다. 기존 금융권, 택시단체 등과 부딪혀왔음에도 사용자 선택에 힘입어 서비스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헬스케어도 이와 같은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모바일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뱅크, 카카오T처럼 헬스케어 또한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손쉽게 혁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환자, 일반국민, 의료기관, 의료진 등 여러 대상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기술을 통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해 카카오는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할 카카오헬스케어 신설 법인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앞서 헬스케어 CIC를 설립했으며 대표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인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선임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달 17일 신설됐으며, 헬스케어 CIC 인력들이 입사해 사업을 추진한다. 최근엔 카카오가 카카오헬스케어에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출자한 카카오헬스케어는 다음달 1일 기업집단 카카오 계열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카카오 기술과 디지털 역량, 이용자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생애 주기별 건강 관리와 스마트 의료 등 차별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갈 계획이다. 카카오브레인‧엔터프라이즈 등 기술 공동체들과도 긴밀히 협업한다. 병원,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 등 파트너‧이해관계자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함께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는 개별 병원이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고 가치있게 쓰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 표준화와 AI 등 기술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향도 고민 중이다. 단, 카카오가 데이터를 모으거나 관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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