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웨이브서 보고싶은 콘텐츠 있다? 당근 들어달라" [인터뷰]

강소현

-[인터뷰] 웨이브 한승희 해외편성사업팀 팀장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제가 수급해온 작품을 보기 위해 웨이브를 찾는 이용자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OTT 유목민들에겐 지난 1월 웨이브에 정착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웨이브가 ‘리턴 투 호그와트’를 국내 OTT 최초 공개하면서다. 120분 분량의 이 스페셜 쇼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개봉 20주년을 맞아 제작됐지만, 국내에선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해리포터 시리즈 팬들의 마음을 애닳게 했던 터다. 이후 웨이브가 돌연 ‘리턴 투 호그와트’ 공개를 깜짝 선언한 가운데, 이는 웨이브 한승희 해외편성사업팀장이 있어 가능했다. 콘텐츠 수급 최전선에 있는 웨이브 한승희 팀장을 만났다.

◆다양한 역량 요구되는 수급 매니저언어의 장벽도

한승희 팀장은 미디어 플랫폼 푹(POOQ)에서부터 국내외 콘텐츠 수급을 담당해온 업계 베테랑이다. 푹(POOQ)이 SK텔레콤의 OTT 옥수수(Oksusu)와 통합하면서 자연스레 웨이브로 넘어온 그는 현재도 웨이브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모든 해외 콘텐츠의 수급을 담당하고 있다.

콘텐츠 수급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콘텐츠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총칭한다. 수급 매니저는 들여오고 싶은 콘텐츠를 선정한 뒤 해당 콘텐츠의 배급사를 알아내 담당자와 가격을 협의한다. 이미 한 번 계약을 체결했던 공급사라면, 새롭게 업데이트된 콘텐츠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다. 이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콘텐츠 론칭일을 확정 짓는 것까지 모두 콘텐츠 수급 매니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수급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매니저에겐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구독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해외 배급사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언어 수준과 웨이브에 더욱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협상력도 필수다.

이 가운데 한 팀장은 수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언어’를 꼽았다. 콘텐츠 스트리밍 작업 과정의 경우 제3세계 언어 등 모르는 언어가 섞여 있는 일이 다반사로, 웬만한 언어 능력자도 장벽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트리밍 작업 외에도 수급 과정에서 언어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막을 입히는 작업도 그 중 하나다. 콘텐츠에 자막을 입히는 작업은 통상 외주업체에서 진행하지만, 사전 마케팅을 위한 예고편 자막의 경우 내부에서 해결할 때도 있다고 한 팀장은 귀띔했다.

“콘텐츠의 언어는 참 다양합니다. 영어권 배급사에서 공급하더라도 원 공급사가 유럽이기 때문에 독일어가 섞여 나온다거나 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아직 국내 서비스되지 않은 상태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자막도 당연없죠. 이 경우 웨이브에 수급할 만한 콘텐츠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미드 맛집' 웨이브…취향 파악하고자 팬카페 가입도


웨이브는 최근 구독자들 사이에서 일명 ‘미드(미국 드라마) 맛집’으로도 불린다. 미국이 본거지인 넷플릭스에도 없는 유명 미드를 웨이브가 대거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기 수사물 ‘로 앤 오더(Law&Order)’와 미스테리스릴러 ’이블(Evil)‘, 10대 고등학생들의 성장통을 담은 ‘유포리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OTT 시장에서 웨이브가 이런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한 팀장의 역할이 컸다.

한 팀장은 해외 콘텐츠 중에서도 수위가 있는 스릴러물을 주로 수급해왔다. 웨이브 구독자층의 경우 연령대가 높은 편인 가운데, 이들이 스릴러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배우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계절적 이슈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 팬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해당 장르를 선호하는 팬들이 좋아하는 다른 콘텐츠를 몰색했다. 한 팀장이 콘텐츠 선정에 참고하고자 가입한 카페만 10개가 넘는다.

“현지에서 인기가 많거나 좋아보이는 콘텐츠라고 할지라도, 해당 콘텐츠가 웨이브의 구독자와 잘 맞냐는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웨이브 구독자의 경우 수사물·스릴러 등을 선호해서 해당 장르 위주로 수급해오는 편입니다.”

특히 웨이브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수급을 위해 다양한 해외 콘텐츠 기업들과 협력해 왔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 ‘프렌즈’의 IP(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HBO도 그 중 하나다. 웨이브는 지난해 7월 말부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비롯해 ‘밴드 오브 브라더스’ ‘체르노빌’ 등 HBO의 히트작들을 순차적으로 업데이트 해왔다.

“HBO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과 같은 강력한 타이틀이 웨이브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 HBO 콘텐츠를 한국에 배급 가능한 상황이 왔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웨이브가 HBO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적자 거듭하는 OTT, 출혈경쟁 속 생존전략은…

최근 OTT 업계는 출혈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지만, 업계는 투자액만큼 이익을 못 거두면서 매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수억 원을 들여 확보한 콘텐츠를 공개하더라도 정작 가입자는 한 달이 채 안 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콘텐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콘텐츠 수급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한 팀장은 말했다. 특히 그는 수급 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최대한 선별해서 가져오는 안목이 더 요구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OTT는 지금 모순적인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비와 단가가 점점 높아지고, 이로 인해 매해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경쟁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제작이든 수급이든 좋은 콘텐츠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팀장은 웨이브를 ‘누구든 본인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콘텐츠를 웨이브에 수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다. 당장 올해는 기존에 인기가 많았던 작품들의 다음 시즌들을 선보이는 한편,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콘텐츠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끝으로 한 팀장은 웨이브 구독자에 "웨이브에 대해 지상파 콘텐츠만 있다거나 올드하다는 인식이 있는 편인데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근을 들어달라’(비밀신호를 만들어 알려달라는 뜻)는 밈(인터넷 유행어)를 활용해 "국내에서 만나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커뮤니티 게시글 제목 앞에 '웨이브+당근'을 달아주시면 검색해서 찾겠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