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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백과] “통신사가 아니어도 괜찮아” 이음5G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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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이음5G’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 5G 특화망으로 먼저 알려진 이음5G는 건물이나 공장 등 특정 장소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5G 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 등을 구축할 때 맞춤형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싶은 기업은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아 직접 자체 망을 구축할 수 있다.

그동안 망 구축은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된 통신사업자만 가능했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이음5G의 경우 일반 기업도 적은 투자로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자체 망인 만큼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보안도 강화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8㎓ 대역 주파수를 이음5G 용도로 제공한다. 이미 통신3사가 할당받은 26.5~28.9㎓ 대역과 붙어 있는 28.9~29.5㎓ 사이 600㎒ 폭이 대상이다. 최대 600㎒ 폭을 모두 쓸 수도 있고, 10~100㎒ 등으로 쪼개서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음5G 활성화를 위해 6㎐ 이하 대역도 동시에 공급키로 했다.

이음5G는 수요기업 유형에 따라 ‘자가망 설치자’와 ‘기간통신사업자’로 구분된다. 사업장 내 특화망을 업무용으로 한정해 사용할 경우 자가망 설치자로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반면 업무용과 더불어 다른 기업에 5G 망을 제공할 계획이라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대부분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는 추세다.

국내 1호 이음5G 할당 사업자는 바로 네이버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이음5G를 구축했다. 지난 2021년 11월 과기정통부에 이음5G를 신청했고, 올해 3월 삼성전자와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음5G 전용 장비를 공급받았다. 네이버는 기간통신사업자로도 등록을 마쳤다.

네이버는 1784에서 세계 최초로 5G 특화망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개시한다. 로봇은 사옥 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택배·배달 등 편의 서비스를 우선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로봇·센서·통신망 등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데이터·플랫폼 등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5G 특화망 패키지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LG CNS와 SK네트웍스서비스도 이음5G 시장에 뛰어들었다. LG CNS는 이음5G를 엘지이노텍 구미2공장 내에 구축한다. 무인운반차량 운용과 가상·증강현실(VR·AR) 도면 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센트랄 창원공장 내에 이음5G를 구축, 자율이동로봇(AMR) 운용으로 공장물류를 자동화한다.

이들 사업자 외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또 다른 수요기업으로 거론된다. 한국전력도 이음5G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주요 기업들이 속속 참여함에 따라 이음5G 구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병원, 스마트 공항·항만 등 적용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음5G는 산업 측면에서도 다양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장비 등 전후방 산업 활성화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 민간광대역무선서비스(CBRS) 주파수를 경매해 5G 특화망(Private 5G) 활용에 물꼬를 텄는데, 그러면서 5G 특화망 구축·운용 전문기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음5G는 통신3사 중심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을 불러올 수 있는 전환점으로도 평가된다. 5G 특화망 구축을 통신사 단독으로 할 경우, 경쟁이 제한돼 투자가 위축되고 글로벌 기업용 시장 선점도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음5G 시장이 활성화되면 통신사가 독점해온 5G 기업간거래(B2B)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이음5G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음5G 활성화는 지난 2021년 1월 발표한 5G+ 사업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정부는 할당 절차 간소화 등 행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주파수 할당대가도 저렴한 수준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5년 사용 조건으로 1473만원이 책정됐다. 기존 5G 상용망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7년까지 이음5G 시장이 연평균 37.8% 성장해 71억달러(9조28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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