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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3차변론 쟁점 ‘무정산 합의’…직접연결 정황 관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이용대가 항소심 3차 변론이 오늘(15일) 열린다. 세 번째 변론의 핵심 쟁점은 ‘무정산 합의’다.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넷플릭스 주장에 SK브로드밴드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 넷플릭스와 SKB는 상호무정산 관계?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제기한 망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의 항소심 3차 변론이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앞선 2020년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지난 1·2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반 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OCA)가 있기 때문에, ISP와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호무정산’(빌앤킵·Bill and Keep)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OCA라는 네트워크를 가진 ‘송신 ISP’에 해당한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제시한 ‘상호무정산’은 CP와 ISP가 아닌 ISP와 ISP간에 적용되는 것이며, 넷플릭스는 캐시서버를 구축한 CP일 뿐 ISP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상호무정산이란 당사자간 동등한 트래픽 교환을 전제로 합의되는 것이므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짚었다.

◆ 양사간 ‘무정산 합의’ 여부, 핵심 쟁점으로

재판부는 이번 3차 변론에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 ‘무정산 합의’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특히, 지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첫 직접연결 당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2015년 9월부터 망 연결에 관한 교섭을 진행했고, 이후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최초로 망을 연결했다.

넷플릭스 측은 망을 연결할 당시 서로 간에 아무런 비용 정산이 없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무정산 합의가 이뤄진 것이란 입장이다. 이후 2018년 5월경 망 연결 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변경했을 때도 SK브로드밴드는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고, 2018년 10월에 가서야 국제망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넷플릭스가 2015년경 무상 상호접속 약정(SFI)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망 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2018년 초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연결 지점 변경이 불가피해졌고,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일단 망을 연결하되 비용 문제는 나중에 합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2015~2018년 망 연결 당시 정황이 관건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측에 비용 정산 협의를 유보했다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둔 것이 있다면 제출해 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또 비용 정산을 본격적으로 요구했던 시점과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던 이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글로벌 대형 CP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수차례 협상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규제를 적용받는 ISP로서 또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장 비용을 받지 못하더라도 망을 연결해야 할 당위성이 있었다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최초 직접연결을 했던 2016년이 아닌 2018년에야 비용 정산을 요구했음을 들어 SK브로드밴드가 전에 없던 비용을 억지로 요구한 것이란 논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2018년 트래픽이 급증한 넷플릭스에 대해 전용 국제망 연결이 이루어지면서 정산 합의가 더욱 필요해졌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정말로 상호무정산의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을 내려야 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변론에서 송신 ISP와 착신 ISP라는 낯선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이 송신 ISP에 해당하며 따라서 SK브로드밴드와는 서로 정산하지 않아도 되는 상호무정산 원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일단 ‘송신 ISP’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한다. 넷플릭스가 상호무정산을 주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우리도 ISP”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명백한 CP이며 다른 국내 CP들과 마찬가지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현재 국내 CP들과의 계약 내용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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