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전자제품 업체가 약해지면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만 보지 말고 산업 전체를 봐야 한다”
유비리서치 이충훈 대표는 23일 열린 ‘2022년 상반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결산 세미나’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술 위주로 제품을 내놓으면 가격은 올라가게 돼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성능은 엇비슷한데 가격을 낮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이 적용됐더라도 제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하면 기업은 적자를 보게 된다. 디스플레이산업 뿐만 아니라 가전업체 등 연관 산업 전체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대표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약진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오포와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삼성전자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인도에서도 저가폰 공세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가전업계가 1980년대 이후 기술경쟁력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애플과 삼성 등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도 거론됐다. 소니와 도시바 등 일본 가전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뺏기면서 일본 디스플레이산업도 급격하게 침체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도 OLED 양산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점차 OLED 패널을 채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출시된 주요 OLED 스마트폰 중 중국 모델은 43개로 86%에 이른다.
특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 BOE는 애플에 OLED 패널을 저가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보다 낮은 가격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전옥스도 애플과 OLED 패널 공급을 협의 중이다.
올해 2분기 기준 국가별 OLED 생산능력도 중국이 앞설 예정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OLED 생산 면적 기준 중국이 50.6%로 절반을 넘으면서 한국(46.6%)을 제치게 된다. 생산량이 증가하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쉬워진다.
이 대표는 “한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금과 보조금을 고려하면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정책 보조 없이는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중국 업체들과 한국 업체들 간 기술력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기술 경쟁만 하다가 중국에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밀린 상태다”고 말했다.
5월 초 열린 ‘디스플레이 위크 2022’에서 BOE와 비전옥스 등 중국 업체들도 대형 OLED TV와 투명 OLED 등을 내보이면서 기술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들 업체가 당시 선보인 제품들을 양산할 기술력은 아직 갖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이 대표에 따르면 BOE가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BOE는 디스플레이 위크 2022에서 선보인 95인치 초고화질(8K) 화이트(W)OLED TV 패널을 선보이고 양산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패널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정 테스트 통과 수준이 BOE측이 예상한 수준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력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이 대표는 “반도체에서 시작된 인력 부족이 디스플레이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다시 장비업체 등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등 기존 인력을 잡아두기도 어렵고 인건비 지출을 더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