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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고용보험, 공제율 변경 나흘 전 통보...배달업계 ‘날벼락’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 1월부터 배달 라이더가 고용보험 의무 가입자로 포함된 후 여전히 혼란한 가운데, 배달업계가 또 한 번 비상에 걸렸다. 고용노동부가 당장 7월부터 고용보험 경비율을 변경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은 대비할 시간도 없이 각종 민원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29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에게 ‘노무제공자의 기준보수 및 보수액에서 제외하는 필요경비’ 고시 개정 행정예고 공고문을 배포했다. 이 공고문에는 배달 라이더뿐 아니라 방문판매·대리기사·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 직종별 공제율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배달 라이더가 포함된 퀵서비스업자 공제율이 기존 30.4%에서 27.4%로 낮아졌다. 공제율을 낮췄다는 건 결국 고용보험료를 더 걷어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고용보험료 산출 공식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고용보험료=월 보수액(라이더 소득-필요경비)x고용보험요율’

여기서 필요경비는 ‘라이더 소득x공제율’로 집계된다. 필요경비란 업무를 위해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비용인데, 정부가 공제율을 27.4%로 설정했다는 건 월 소득 중 27.4%를 배달 라이더 필요경비로 간주하고 이를 공제해준다는 의미다.

또한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플랫폼종사자 고용보험료율을 현행 1.4%에서 1.6%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종사자와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요율은 0.8%다.

예를 들어 월 소득 200만원인 라이더 필요경비는 54만8000원(200만원x27.4%)이다. 전체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하면 145만2000원. 여기에 라이더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요율 0.8%를 곱하면 1만1610원이다. 변경 전 기준으로 계산하면 고용보험료는 1만1136원이다. 고시 개정 전후 금액차는 약 500원에 불과하지만, 라이더를 수백명에서 천명 단위로 운영하는 사업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배달 라이더 입장에선 공제율은 낮아지고 고용보험요율이 높아져, 결론적으로 지불해야 할 고용보험료가 많아지게 된다. 공제율이 변동되면서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되는 월 소득 기준도 낮아졌다.

배달대행 업계에선 “고용보험 적용 제외 최저보수는 기존 실소득 약 115만원(경비율 제외 월 소득 80만원)에서 약 110만원이 됐다”며 “유류비도 높아지고 보험비도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필요경비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공제율 변화가 지역 배달대행업체 비용과도 연관되는 만큼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시행을 앞둔 3~4일 전에야 이같은 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을 경우 이달 29일 오후 6시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시행 시기를 코앞에 두고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용보험요율이 올라간다는 건 정부에서 미리 언급해왔기 때문에 사전에 현장에 전달을 했다”며 “그런데 경비율 조정으로 인한 보험 금액 증가는 사업자 입장에서 비용이 늘어나는 건데, 시행 직전에 공고문을 받아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는 7월1일 이전까지 고용보험에 화물차주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기술자, 관광통역사 등 새로운 직종을 추가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 등을 거치느라 불가피하게 기존 플랫폼 종사자 공제율 변경도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전국민고용보험확대팀 관계자는 “새 직종을 추가하기 위해선 먼저 시행령이 개정되고 국회 통과,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치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이같은 과정을 다 완료하고 최대한 빠르게 고시를 한 것인데, 넉넉한 시간을 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경비율은 추후에도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고시가 2022년 7월1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언급했으며, 노동시장 여건 변화 및 국세청 기준경비율 변경 등에 따라 연도 중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이번 경비율 변경이 고용보험 가입자를 확대하고 더 많은 보험비를 걷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직종 공제율이 낮아진 건 아니고 대리기사 등 공제율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 조정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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