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LGU+ 견제 나선 경쟁사들…삼성 64TRx 장비 업그레이드 ‘촉각’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LG유플러스가 5G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면서 경쟁사들이 전략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속도와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방법이다. 장비 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가 올해 말 개발완료 예정인 국내용 64TRx 장비를 놓고 초도물량 등 발주 협의에 착수했다. 실제 상용화는 내년 상반기로 예측되고 있는데, SK텔레콤과 KT는 구축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64TRx 장비는 기지국 장비 내 안테나 소자와 필터가 64개 탑재된 것으로, 기존에 32개가 탑재된 32TRx 장비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다. 현재 삼성 제외 주요 장비사들은 모두 64TRx 장비를 상용화한 상태다.

SK텔레콤과 KT가 64TRx 장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LG유플러스가 5G 주파수를 추가 확보한 데 따른 대응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진행한 3.4~3.42㎓ 대역 20㎒ 폭 추가할당 경매에 단독입찰, 사실상 할당 수순을 밟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과거 2018년 5G 주파수 본경매 당시 주파수를 경쟁사 대비 20㎒ 폭 더 적게 가져갔었는데, 추가할당이 마무리되면 3사 모두 100㎒ 폭씩 동일한 주파수 대역폭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LG유플러스가 품질 경쟁이 가장 치열한 수도권 내 인구밀집 지역에서 화웨이의 64TRx 장비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주파수 열위로 인해 상대적으로 통신품질에서 앞서 있었지만, 주파수 대역폭 차등이 사라진 지금에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KT는 지난 5G 품질평가에서 서울 기준 LG유플러스와 격차가 크지 않아 자칫 2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경우 그래서 정부에 추가 주파수 신청을 하기도 했다. 3.7~3.72㎓ 대역 20㎒ 폭이 대상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별도 연구반을 꾸려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주파수 추가할당 여부와 시점이 불투명하다. 당장의 선택지는 결국 장비 업그레이드다. SK텔레콤과 KT는 수도권 지역 일부에 삼성 32TRx 장비를 쓰고 있는데, 이를 64TRx 장비로 업그레이드 해줘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 등에 납품 중인 64TRx 장비를 국내향으로 개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상용화한 민간광대역무선서비스(CBRS, 3.55~3.7㎓) 대역은 국내 통신사가 활용하는 3.4~3.7㎓ 대역과 비슷하다. 다만 경량화 문제가 남아 있다. 국내의 경우 고층빌딩이 많은 수도권 인구밀집 지역 특성상 가벼운 장비를 설치해야 해서다. 실제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무게 수준은 25kg 이내다.

장비업계 일각에선 LG유플러스를 제외한 경쟁사들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삼성 장비를 고집하는 데 따른 불만도 감지된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장비와의 연동성 문제도 있겠지만, 그동안 국산장비를 강조해온 정부 기조의 문제가 적지 않다”며 “정부가 LG유플러스에 추가할당 조건으로 농어촌 지역 제외 신규 무선국 투자 조건을 부과한 것도 삼성에 시간을 벌어준 것이란 해석이 크다”고 전했다.

구현모 KT 대표의 경우 지난 11일 열린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간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장비 제조사를 교체할 생각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구 대표는 LG유플러스가 3.4~3.42㎓ 대역 주파수를 확보한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장비 교체는 아니고 64TRx 장비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삼성이 준비되는 대로 장비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64TRx 장비를 개발해 내놓는다고 해도 신제품인 만큼 반드시 품질을 장담할 수 없다”며 “일단 완성품이 나와봐야 통신사들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