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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소환한 금융ATM의 현실…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가

박기록
13일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제5화)에서는 '금융 ATM'(현금자동입출금기)가 소재로 등장했다.

드라마의 몇 장면을 되짚어 보면,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동시에 현실을 그대로 실사한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사양길로 접어든 국내 금융ATM 시장의 현실에 대한 안쓰러움도 동시에 교차했다.

먼저, 금융 ATM의 핵심 부품으로 등장한 '현금 보관용 카세트'는 ATM의 주요 기능중 하나이지만 사실 핵심 부품은 아니다.

금융ATM의 핵심 부품은 기계속에 내장된 '환류식 모듈'이다. 손님이 돈을 ATM에 입금하면 그 돈이 자동으로 출금부로 이동되도록 함으로써 다음 손님이 출금할때 활용되도록 동작하는 것이 환류식 모듈의 역할이다.

다른 것은 국산화가 비교적 일찍 이뤄졌는데 이 '환류식 모듈'이 국산화가 안돼서 국내 ATM기업들이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으로부터 이를 100% 수입해왔다.

그러다 2007년~2008년을 전후해, 당시 산업자원부의 자금 지원과 효성, LG, 청호 3사가 합심해 이 환류식 모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우여곡절끝에 금융ATM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빛이 바랬다.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통한 금융거래가 크게 늘면서 ATM이 비교적 빠르게 사양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LG엔시스는 지난 2013년 금융ATM 사업을 LG CNS로 넘겼고, LG CNS도 5년뒤인 2018년에 이를 다시 에이텍에 매각함으로써 금융ATM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011년말 FKM이 청호컴넷에 합병돼 기존 4사였던 시장 구도도 3사로 재편됐다.

드라마에서는 미국의 기술 박람회에서 얻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ATM 관련 기술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금융ATM 관련 기술은 미국이 아닌 후지쯔, 히다찌, 오므론 등 일본 기업의 ATM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미국, 독일도 금융 ATM을 만들지만 국내 ATM보다 크기가 커 공간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구동 방식도 달라서 국내 금융권에선 대체로 채택하지 않는다.

이와함께 드라마에선 은행 ATM 구매 담당자들이 "기능이 똑같다면 가격이 저렴한 ATM을 구매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일 수 있다.

국내 대부분의 은행들은 3~4개사 ATM을 50%, 30%, 20% 등 일정한 비율로 배분해 구매한다. 가격이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가급적 1개 업체에게 100% 몰아서 구매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가 갑자기 부도가 나거나 또는 기술적인 하자로 작동 불능에 빠지면 ATM서비스가 한꺼번에 마비될 수 있기때문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여러 ATM 기업의 제품을 복수로 구매하는 것이다.

국내 금융ATM 기업중에서 부도로 망한 기업은 있다.

다만 드라마에서처럼 ATM 제품 불량으로 리콜을 당해서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퇴출당하면서 자금 회수를 못해 그 여파로 문을 닫았다. 물론 이 회사 출신 직원들중 일부는 IMF 이후에 다시 회사를 설립해 재기했다.

금융ATM 업체들간의 수주 경쟁은 물론 치열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4개 업체만 경쟁하다보니 물량을 나눠먹는 '그들만의 리그' 성격도 동시에 있었다. 실제로 201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금융ATM 4사에 대해 '담합' 협의로 33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한편 금융ATM 업계에서 직접 일어난 사례는 아니지만 대형 입찰을 압두고 특허권 침해 등을 명분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행위는 IT업계에선 비일비재하다.

드라마에서처럼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치기위해 소송을 활용하는 비열한 행위는 어쩌면 드라마보다 현실이 훨씬 더 끔찍할 수 있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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