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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명제 ‘게임이용은 질병이 아니다’, 참이 되게 하려면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 2019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이 결정됐다. 국내 도입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까지 3년이 채 남지 않았다.

WHO에서 도입 자체가 논의됐다는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졌을 땐 초미의 관심사였다. 게이머는 물론 게임업계, 전문가, 국회 등 누구나 이를 지탄했다. 그렇게 벌써 3년이 흘렀다. 게임사가 이와 관련해 내는 목소리는 줄어들어갔다. 현재는 오히려 정부와 국회가 관심 있게 보는 사안이 돼버렸다. 게임사들이 뭉쳐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한편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7일 전국 교육청 17곳 중 3곳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 입장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찬성했던 교육청은 총 7곳이었으나, 4곳이나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일부 교육청이 찬성에 뜻을 밝힌 이유도 눈길을 끈다. 강원도교육청은 “(게임 과몰입을)질병으로 관리함으로써 병리적인 중독 현상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및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라남도교육청은 “게임이용 장애와 같은 행위중독은 소수 이용자가 점점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이라며 “적절하게 즐기는 행동이 아닌 개인의 삶에 대한 심리적 고통과 장애를 유발, 학생의 학업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정신보건 진단기준에 의한 질병코드로 도입하면 게임이용 장애를 인지, 예방, 치료 등 체계적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 적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제주도교육청도 WHO 회원국인 경우 국제적 협약에 의거, WHO ICD(국제질병코드분류) 체계 수용 의무에 따라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대 입장을 표명한 곳은 ▲대전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충청남도교육청 등 3곳이다. 이들은 낙인효과를 우려했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정의할 경우 학생에게는 문제가 있다는 낙인이 될 수 있고, 이는 학교 부적응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과몰입이 외부 요인을 통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는 전문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과몰입군이나 일반사용자군 등 게임 행동 유형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가 신중히 다뤄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게임산업 미래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산업엔 연평균 2조80억원에서 3조5205억원 매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게임 제작 산업 위축에 따른 불필요한 수입액은 연간 약 8648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49억9500만원의 의료예산, 치유부담금과 같은 추가 사회적 비용이 70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과거 무조건적으로 반대를 외쳤던 게임 이용자 태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일부 게임 이용자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프로모션 계정’ 등 운영 태도로 등을 돌리면서, 신중이나 찬성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게임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으로 상황은 여의치 못할지라도,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주시해야 한다.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사 존립을 부정하는 그 자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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