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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IN生] "있는듯 없는듯 회사 다닌다" 마음속으론 이미 사직한 사람들… 왜?

신제인
'조용한 사직'을 권고하는 게시물 (출처:틱톡)
'조용한 사직'을 권고하는 게시물 (출처:틱톡)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최근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미국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25일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같은 신조어를 소개하며,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사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용한 사직’은 실제로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을 하면서 지내겠다’는 의미를 담는다. 즉, 겉으로 사직 의사를 드러내지 않으나 마음 속으로만 일에 대한 열정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Zaidleppelin)이 지난달 틱톡에서 처음 이 같은 신조어를 소개한 뒤, 해당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최근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SNS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더힐은 보도에서 “핵심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범위 이상으로 일할 때 승진이나 더 많은 급여,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일보다 자신을 돌보자’며 등장한 가치관,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직업 선택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직장내에서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돈이나 명예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크게 의미없는 회식 등 직장 상사와의 불필요한 접촉을 회피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일을 함에 있어서 본인이 가치를 두는 돈, 명예, 행복 등의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자신의 삶을 지킴으로써 일도 열심히 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지키는 정도로만’ 일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조용한 사직’이란 개념의 등장은 그동안 긍정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던 워라밸이 현대인의 무기력함과 만나며 이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건강한 의미의 '워라벨'시대가 끝나고 '무기력증'이 찾아왔다는 신호일 수 있다.

◆ 무기력에서 오는 ‘조용한 사직’…기업, 동기 부여 도와야

한편으론 ‘조용한 사직’은 회사를 상대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보다도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직원 개인이 베스트를 다하지 않을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회사 전체의 경쟁력과 생산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심리학적 관점에서도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학자 알버트 허쉬만(Albert Hirschman)에 따르면, 인생 전반에 걸쳐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에는 ‘이탈’, ‘표출’, ‘감내’, ‘방관’ 총 네 가지가 있다.

이때 ‘방관’의 경우,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자신의 노력을 줄이는 것이다. ‘조용한 사직’을 선택하는 이들 또한 방관의 태도를 취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에 대한 역량과 재량권 ▲조직에 대한 헌신이 낮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MZ세대의 태도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고 경영 전략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사관리 기업 세지윅의 미셸 글로벌 최고인사 책임자는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다수가 겪고 있는 피곤, 좌절과도 관련이 있다”며,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사회적 단절이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마음을 살필 필요가 있으며, 적절한 휴식과 연차 장려 등 ‘번아웃’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신건강 서비스 업체 리라 헬스의 인사담당 임원인 조 그라소는 “직원들은 자신이 통제권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얻을 때 일에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며, “직장에서 인생과 정체성의 동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미국의 MZ세대에 대한 얘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MZ세대 직원들에게도 상당부분 겹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연 우리 회사의 MZ 직원은 안녕한가.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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