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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블록체인] '판치는 가상자산 환치기', 그들은 1년 넘게 무엇을 위해 코인 활용했나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주간블록체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번주는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며 코인 시장이 한 번 더 충격파를 받는 모습을 다뤘었습니다.

이번 한주는 그 흐름이 크게 바뀌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약세 시장을 구현하는 것은 증권시장이나 코인시장이나 똑같습니다. 투자 대상은 다르지만, 미래 가치 예상을 통해 본인의 자산을 투입하는 특성을 가지는 시장인 만큼,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여파가 지속되고 있죠.

특히나 2차 세계대전 후 아직 세계에서 막강한 정치, 경제적 권력을 가진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경기 침체를 각오하더라고 공격적인 긴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인플레이션 실패를 피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하게 말했죠.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을 멈출 지점이 아니라고 발언하면서 추가 금리인상도 가능함을 암시했죠. 특히 연방준비은행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총재가 내년 초까지 4%를 넘는 수준까지 지속해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한 해외 통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예측을 무참히 깨뜨렸습니다.

또 유럽 중앙은행 이사벨 슈나벨 이사도 경기 침체가 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코인업계 관계자들은 전진을 위한 잠시 후퇴일 뿐, 내년 초에는 코인시장이 다시 되살아날 것이라는 언급을 많이 하는데요. 금리인상이 강하게 지속되면 이 예측도 빗나갈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모든 투자 시장에서 완벽한 예측은 없죠.

내년 경제 동향까지 비교적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잭슨홀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서두를 길게 열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 한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시작하겠습니다.

◆판치는 가상자산 환치기

지난 한주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행위들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주간블록체인 역시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관세청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4년간 가상자산 이용 범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가상자산을 이용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일명 환치기 금액이 1조5231억원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상반기 전체 외국환거래법 위반 금액인 2조352억원의 74.8%에 달하는 수준인데요.

환치기가 무엇이냐고요? 환치기는 국가 간 외환 거래가 마치 국내에서 이뤄진 것처럼 위장하는 불법 외환 거래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드리겠습니다. A나라와 B나라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환치기는 A와 B에 각각 계좌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A국에 A국 화폐로 계좌에 넣고, 이를 B국 계좌에서 A국 화폐가 아닌 B국 화폐로 인출하면 당연히 환율에 따라 차익이 생기겠죠. 환율을 보고 다른 나라 계좌에서 해당 나라 화폐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기는 것이죠.

합법적은 경로는 외국환은행을 거쳐, 송금 목적 등을 알리고 환수수료도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루트를 거치지 않은 환치기의 경우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불법행위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폭풍에도 김치 프리미엄 노린 환치기 세력 있었나

제가 환치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이유가 있는데요. 최근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8조원 규모 외환 이상 거래 중 상당수가 코인 시세차익을 노린 환치기 세력 범죄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빅이슈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여의도 저승사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에서 4조원 규모 외환 이상 거래를 발견했습니다. 애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처음 보고한 비정상 외화 송금은 2조5000억원. 하지만,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뒤 4조5000억원 가량으로 커졌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보고한 금액까지 합치면 8조원인데요. 갑자기 왜 블록체인을 다루는 기자가 이 이야기를 하나고요? 이 중 일부가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 어떻게 연루가 됐는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명확하게 수치가 제시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해외송금 자금이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나왔다는 것과, 이 돈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 6개월 간 무역거래 대금 형식으로 세탁돼 송금됐다는 점입니다. 더 눈에 들어오게 설명하겠습니다. 불법자금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다수 개인 명의 계좌를 통해 22개 법인명 계좌로 흘러간 후 무역법인을 통해 홍콩과 중국, 일본과 미국 등지로 빠져나갔습니다. 이 가운데는 자본금이 1억원도 안되는 신생법인이 조 단위 무역대금을 송금한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요.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은 특정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해 봐야 하는 부분이죠.

이런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김치 프리미엄. 즉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점을 이용한 환치기 세력 범죄 행각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또 북한이나 테러단체 등이 가상자산을 국내에서 현금화해 회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일단 현재 금융권으로 타겟을 넓혀 전방위 검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신한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에 대해서도 현장검사에 들어갔죠. IBK기업은행과 지방은행 등도 서면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면 현장 검사에 들어갑니다. 진상 파악을 위해 금감원은 물론이고 금융정보분석원(FIU),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까지 금융 관련 사정당국이 총동원됐습니다.

당연히 조사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향후 더 커질 수 있고, 이 가운데 코인을 이용한 불법 거래 규모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예측 가능한 상황입니다. 아직 전방위적인 조사를 하는 단계인 만큼, 수사 진행 상황이나 결과에 따라서 세부 내용은 변할 수 있겠습니다.

검찰수사를 통해 대규모 해외 송금이 가상자산 투기 세력 자금 세탁 등과 관련된 정황이 포착되면 수사 대상은 더욱 확대됩니다. 아직은 당국이 공개적으로 거래소 거래 내역까지는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향후 대대적 조사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를 거쳐 세탁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져도, 실제로 불법 자금 세탁 주체에 대해서 처벌하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제 업계 관계자들도 일일이 개인 거래 내역을 살펴볼 근거가 없다는 점과, 근거가 있어도 자금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네요.

통상 은행에서 일정 금액 이상 외환이 거래되면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지만, 송금 주체를 확인할 의무까지는 없습니다. 또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 간 자금 원천은 현재 구조상 추적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도 세력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송금받은 해외법인과 그 배후, 그리고 송금받은 해외법인이 위치한 국가와 공조도 필요한데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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