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들어야 혜택을 주겠다'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세계 전기차 생태계를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파나소닉에 이어 일본의 도요타(Toyota) 자동차도 계획을 변경해, 당초 3배 이상 규모를 늘린 미국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이후, 특히 일본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미국에 배터리 생산 캐파를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도요타 자동차는 향후 늘어날 고객 수요에 대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리버티(Liberty)에 당초 12억9000만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를 투입해 지으려했던 배터리 생산 공장 계획을 변경, 38억 달러 규모(한화 약 5조1000억원)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은도요타의 북미 파워트레인 제조부문 부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됐다. 도요타는 미국의 배터리 전문기업 PPES(Prime Planet Energy & Solutions)와 합작사를 통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또한 여기에는 또 다른 일본계 기업인 파나소닉도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경쟁에서 뒤쳐졌던 일본… 美 '인플레 감축법'계기로 반전 노려
전기차(EV)의 미국내 시장 점유율과 배터리 원료 조달 등 여러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적용을 2025년까지 유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와는 달리, 그동안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에서 한 발 뒤쳐졌던 일본계 기업들은 오히려 이 상황을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된다해도 애초에 크게 타격받을 것이 없었던 일본이기때문이다. 일본의 입장에선 오히려 '인플레 감축법'을 이용해 현재 미국내 전기차 시장 2위인 현대차와 한국의 주요 배터리 경쟁사들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도요타의 미 리버티 공장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파나소닉 또한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기위해 캔사스주에 4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파나소닉은 최근 기존 계획을 변경해, 캔사스 공장과 거의 같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다른 지역에 지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한 바 있다. 또 다른 지역은 캔사스와 경쟁했던 오클라오호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투자규모가 거의 3배나 늘어나게된 도요타의 미국 배터리 공장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되고 있다.
먼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 현지에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짓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됐다.
또한 지난해 도요타가 최초로 12억9000만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도요타가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게된다면 3억1500만 달러 규모의 세제 감면 등을 통해 투자금의 10% 정도를 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장 투자를 30억 달러 이상 늘리더라도 그에 비례해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이끌어낼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한편 도요타는 리버티 공장을 통해 순수 전기차(EV)용 배터리 생산 라인 2개를 계획해왔다. 하지만 계획이 확대됨에 따라 여기에 '프리우스'(Prius)와 같은 도요타의 주력 하이브리드용 차량에 탑재할 소형 배터리 생산 라인까지 추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아직 발효되지 않았지만 이미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그에 앞서 급격한 전략 수정에 들어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