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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산업 위기인데"…삼성·SK, TSMC 대비 법인세 부담 2배↑

김도현
- 대한상의·전경련, 국내 반도체 우려 나타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당분간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전망인데다 경쟁국인 대만 대비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국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반도체 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참여 전문가 중 76.7%는 현시점을 위기(초입 56.7%·한복판 20%)라고 판단했다. 이들 중 58.6%는 내년 이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24.1%)와 내년 상반기(13.94%)까지 지속할 것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40%를 넘어섰다. 사실상 올해 안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장단기 대외리스크를 꼽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중국의 기술 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영향이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단가는 수개월째 떨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들은 3분기에도 메모리 가격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 산업의 출렁임이 일시적 환경 악화와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에 중국 기술 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어느 때보다 위기감과 불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칩4 논의와 미국 반도체 지원법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렸다. 칩4의 경우 부정(46.7%) 평가가 긍정(36.6%)보다 높게 나타났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국제 분업 구조여서 칩4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한편 중국 반발에 따른 부작용이 염려된다”면서도 “아직 중국과 반도체 기술 격차가 확연한 만큼 당장 수출이 타격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서는 긍정(50.0%) 평가가 부정(40.0%)보다 많았다.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해당 법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중국 투자 제한 등 악영향도 있겠으나 개발 및 설계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대만 업체 대비 법인세 부담 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 교수 보고서를 인용해 “경제 규모는 한국 절반도 안 되는 대만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많은 반도체 대기업을 보유 중”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기준 대만 국가경제 규모(GDP)는 7895억달러로 한국(1조7985달러)과 2배 이상 차이난다. 다만 대만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회사 TSMC를 비롯해 UMC, 미디어텍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즐비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 반도체 업체 수는 대만(28개사)이 한국(12개사)보다 약 2.3배 많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대만 성공비결은 첨단·미래 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전폭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지난 2019~2021년 양국 반도체 산업 법인세 부담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6.5%로 대만(14.1%) 대비 약 2배 부담이 컸다.

기업별로는 국내 ▲삼성전자 27.0% ▲SK하이닉스 23.1% ▲LX세미콘 20.1%, 대만 ▲TSMC 10.9% ▲미디어텍 13.0% ▲UMC 6.1% 등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대만은 인력과 연구개발(R&D) 등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대만은 미래 기술 영역에 대해 지원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반도체처럼 대규모 투자와 R&D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산업은 정부가 인력, 세제 등을 정밀하게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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